<웨이브> 통신요금 자율화

집안에 버젓이 전화가 있는데도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시대가 있었다. 각 가정의 가입전화나 공중전화나 통화요금은 같지만 가입전화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절약의 지혜였다. 80년대 당시만 해도 시외전화 한 통화에 1천∼2천원이란 적지 않은 요금으로 각 가정의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통신비 지출의 상당액을 차지하는 시외전화나 국제전화 요금은 오히려 계속 인하되는 추세이다. 유선전화 요금만 따져보면 과거에 비해 부담이 훨씬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각 가정의 통신비 지출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휴대전화나 삐삐 등 이동통신서비스나 PC통신이니 인터넷이니 하는 새로운 정보통신서비스의 보급 확산이 요금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녀를 둔 웬만한 가정에서는 한달 통신비만도 몇만원선을 후딱 넘어선다. 여기에 시티폰이니 개인휴대통신이니 새로운 이동통신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정보사회로 이행할수록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이 요금지출과 직결된다. 다양한 통신서비스의 출현으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통화를 할 수 있는 통신의 편리함 대신에 이에 따른 비용지출도 적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는 일반인들에게 별로 관심이없었던 통신서비스 요금이 이제는 가장 민감한 사안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전화요금 자율화를 놓고 통신사업자간에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선발사업자들은 기존 가입자를 계속 확보하기 위해 요금 자율화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후발사업자들은 이같은 조치가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통신요금 자율화로 인해 요금이 인하되면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즐거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통신사업자들의 요금 자율화 논쟁을 한꺼풀 벗겨보면 「값싸고 질좋은 통신서비스 제공」보다는 선후발 업체들의 시장주도권 싸움인 셈이다. 이래서는 너나없이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사업자들의 고객유치가 호응을 얻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