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데스크탑 PC를 사용하고 계십니까.』
최근 어느 노트북PC사용자 모임에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PC하면 의례 책상 위에 올려 놓고 쓰는 데스크탑PC 만을 생각해왔던 컴퓨터 사용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특히 학생들을 중심으로한 노트북PC 파워 유저들을 중심으로 이제 데스크탑 PC를 구시대의 유물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향도 점차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컴퓨터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듯 좀처첨 움직일줄 몰랐던 노트북PC시장도 올들어 기지개를 펴면서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PC업체들의 경쟁도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트북 PC시장 규모는 21만 4천대. 지난 94년 7만대, 95년 13만5천대에 비한다면 만 2년만에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25% 이상 늘어난 26만8천대에 이를 것이며 오는 2000년에는 40만대를 넘어서 41만8천대에 달할 것이라는게 IDC의 전망이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PC시장에서 노트북PC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0.8%에서 올해에는 11.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트북PC시장의 확대는 우선 빠른 가격하락에 힘입은 바 크다. 국내 노트북 PC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 95년 대대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시장 기반을 제공했으며 이를 계기로 노트북 PC 공급업체들이 가격인하경쟁에 동참, 신규수요 창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것. 실제 지난 95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5백만원을 상회했던 노트북PC 가격은 지난해 3백만원대로 떨어져 오히려 데스크탑 PC 보다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 돼버렸다.
특히 PC메이커들이 노트북PC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대 수요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대학에 경쟁적으로 파격적인 가격에 대량공급을 시작하면서 노트북PC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가격 외에도 기술발달에 따라 데스크탑 PC에서만 구현이 가능했던 멀티미디어기능이 노트북 PC에서도 그대로 실행이 가능해져 노트북 PC가 데스크탑 PC 수요를 흡수하기 시작한 것도 시장확대의 견인차가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기술의 발달로 멀티미디어기능을 완전히 구현할 수 있는 고기능 제품, 기본적인 기능만을 내장하고 휴대성을 강조한 보급형 제품, 아예 주머니속에 집어낳고 다니면서 간단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초소형으로 설계된 미니 및 팜탑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각 제품의 특성에 맞는 수요층을 집중공략하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노트북 PC 수요창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 수요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용 PC 입찰에 노트북 PC가 표준기종으로 채용되면서 이들 정부 및 공공기관에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시장확대를 부추기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학생, 언론인 등 특수전문직종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왔던 노트북 PC는 이제 모든 학생 및 직장인들의 필수품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일반 기업에서도 책상의 한 모서리를 차지하고 있는 데스크탑 PC의 대체상품으로서 점차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올 초 PC를 보유하고 있는 1천1가구를 대상으로 노트북 PC 구입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6.5%가 별도로 노트북 PC를 구입할 의향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앞으로 노트북PC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예견케 해주고 있다.
또 구입의향을 밝힌 응답자의 53.3%는 모든 기능을 갖춘 제품의 구입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기본기능을 원하는 응답자는 10.9%에 불과해 멀티미디어기능을 두루 갖춘 이른바 데스크탑 PC의 대체용 제품이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시장조사 결과를 반영하듯 현재 국내 노트북 PC시장은 11.3인치나 12.1인치의 TFT LCD를 채용하고 8배속 및 16배속 CD롬을 장착한 고급형제품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각 메이커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13.3인치 및 14.1인치 초대형 TFT LCD를 채용하고 차세대 CPU로 일컬어지고 있는 펜티엄Ⅱ 프로세서를 채용한 제품들도 속속 발표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시장이 확대되는 폭만큼 제품의 고기능화도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데스크탑 PC와 비슷한 기능의 노트북 PC가 출하하기까지에는 평균 6개월 이상이라는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같은 시기에 출시되고 있어 새로운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층을 흡수하고 있는 것도 노트북 PC시장을 확대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노트북PC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참여업체들도 급증,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도 본격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대우통신, LGIBM, 삼보컴퓨터, 현대전자 등 대형 PC업체들은 물론 효성컴퓨터, 엘렉스컴퓨터, 현주컴퓨터, 코모스텔레콤, 유니텍전자, 핵심텔레텍, KIT, 유니온컴퓨터 등 중견 PC업체들도 대거 이 시장에 가세해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또 컴팩, HP, 에이서, 델컴퓨터, 디지탈 등 외국 유명 컴퓨터업체들의 국내지사들도 데스크탑 PC부문에서의 열세를 노트북PC부문에서 만회한다는 전략아래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세진컴퓨터랜드와 서울전자유통(전자랜드) 등 대형양판점들도 부가가치를 높이고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키 위해 노트북 PC를 공급하기 시작해 국내 노트북 PC시장은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대기업과 중견기업,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물고물리는 접전이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PC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노트북 PC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데스크탑 PC시장 자체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노트북PC시장은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국내의 경우 전체 PC시장에서 노트북 PC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미국은 19%, 유럽은 15%, 일본은 무려 32% 정도에 이르고 있어 국내 PC시장에서 노트북PC의 급격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케 해주고 있다.
또 데스크탑 PC산업이 조립산업으로 전락, 부가가치창출이 어려운데 반해 노트북 PC은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으며 기술에 따라 경쟁사 제품과 뚜렷하게 차별화할 수 있다는 것도 PC업체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나서고 있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처럼 국내 노트북PC시장이 질적,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산 노트북PC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에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핵심부품인 TFT LCD의 공급난으로 자체적으로 TFT LCD를 생산하고 있는 우리나라로 해외바이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으나 올들어 TFT LCD의 공급난이 다소 해소되고 대만업체들이 신기술을 채용한 신제품들을 대거 출시하면서 대만이 다시 세계 노트북PC 생산기지로서의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삼성전자 조성현 이사(개발팀장)는 『대만의 경우 노트북 PC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이 10여개가 넘고 이들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또한 다양해 바이어들이 손쉽게 원하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대만을 앞서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 스스로 자체적으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재 완제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컴퓨터업체들이 노트북 PC를 자체적으로 개발, 본격적인 제품공급에 나설 경우 국산 노트북 PC는 핵심부품들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데 따른 제품의 안정성을 앞세워 대만을 제치고 세계 제1의 노트북 PC생산국가로 우뚝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는게 업계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