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1년 거대공룡 IBM은 새로운 시도를 단행했다. 대당 가격이 1천5백65달러에서 6천3백달러에 이르는 새로운 데스크톱 컴퓨터를 선보이고 PC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다. 대당 가격이 4백만달러를 호가하던 제품만을 공급하던 IBM으로서는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였던 존 로버트 오펠은 『우리는 소비자도 제품도 도저히 만족시킬 수 없는 특성을 가진 산업에 발을 내디뎠다. 정보를 비교하고 표시할 수 있는 컴퓨터의 능력은 앞으로 끝없이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출사의 변을 던졌다.
대형 컴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던 IBM이었지만 당시 데이터제너럴, DEC 등 중형 컴퓨터업체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데다 애플, 래디오색, 커모도어가 석권하고 있던 PC시장의 도전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IBM의 제2차 도전은 16년이 지난 올해 시작됐다.
그동안 오펠의 예언은 적중했으나 이같은 예언을 실현시킬 인프라의 부족으로 IBM은 많은 시련을 겪었다. 메인프레임시장은 축소일로에 있었고 PC부문에서도 콤팩, 패커드벨, 델 등 신생업체들에 자리를 내주었다. IBM을 더 이상 컴퓨터산업의 맹주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81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공룡의 비효율성을 리스터럭처링을 통해 해결해 놓았고 반독점법에 뒷다리를 잡힐 염료도 없으며 새로 사령탑을 맡은 루 거스너의 능력은 9년 만에 주가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주식시장을 통해 이미 입증되고 있다.
2차 도전의 핵심은 인터넷이다. 정확히 말해 인터넷을 통해 PC산업을 재탈환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IBM은 세계 기술의 진원지인 왓슨연구소에 1백만달러 이상을 투입, 인터넷 관련 핵심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로터스웹커터」 「웹콜랩」 등 일부 제품은 상품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사전 정지작업들이 1차와는 달리 2차 시도의 성공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해 1.4분기중 IBM의 PC시장점유율은 5.7%였다. 올해는 무려 8.7%로 늘어났다. IBM은 또 지난 1년 6개월에 걸쳐 3천개에 달하던 모델을 2백개로 줄였다. 이를 통해 메모리칩에서만 8백만달러, CPU에서 2천5백만달러를 각각 절감했다. 「싱크패드」와 「압티바」는 이제 무시못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특히 인텔이 MMX 칩과 펜티엄Ⅱ를 발표하자마자 이를 채용한 상용시스템을 가장 먼저 내놓은 업체 중에 IBM이 끼여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IBM이 더 이상 비둔한 공룡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16년 전 오펠이 예견했 듯 컴퓨터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여전히 지칠 줄 모르고 커지고 있다. 또 컴퓨터의 기능향상은 오펠의 예측 이상으로 빨리 진척되고 있다. IBM이 이같은 소비자의 욕구과 컴퓨터 기능 향상을 어떻게 해결하면서 PC산업 재탈환 노력의 결실을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