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전공정 및 테스트분야의 세계 유력 반도체 장비업체간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같은 M&A의 두드러진 특징은 전문업체들이 품목을 다각화해 토털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입지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며 특히 현재 국내 업체들의 국산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는 박막증착용 장비분야에서 두드러져 국내 장비시장의 판도변화는 물론 장비국산화 등 국내 반도체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간 CVD 생산에 주력해온 노벨러스社는 최근 미국 베리안社의 물리적증착장비(PVD)사업 부문까지 인수, 반도체 증착공정 관련 종합솔루션 제공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에처 전문업체이던 PMT도 영국의 일렉트로텍社를 인수하며 「트라이콘 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꾸고 에처 이외에 액체상태의 특수물질을 이용한 플로필 CVD와 기존 스퍼터링 장비에 별도의 고압 체임버를 채용한 포스필 PVD의 생산 및 공급도 본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어플라이드와 노벨러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에처, CVD 등 전공정 반도체장비의 핵심 기술인 클러스터 툴 컨트롤러(CTC)분야도 유력업체간 합종연횡으로 인한 시장싸움이 치열하다. 첨단 로봇시스템 전문업체인 브룩스 오토메이션이 최근 CTC용 프로세서 모듈 관련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테크웨어를 인수하며 자사 하드웨어 기술에 이를 응용한 반도체용 CTC 제품을 선보이자 기존 이 분야 전문업체로 테크웨어와 협력관계에 있던 RPI社가 크게 반발, 현재 CTC 소프트웨어 기술을 둘러싼 상호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다.
테스트 장비시장에서도 세계 유력 전공정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社가 이 분야의 전문업체인 KLA인스트루먼트를 견제하기 위해 올 초 이스라엘 오팔社와 오보트社를 인수하자 KLA도 3월에 텐코를 인수해 팽팽한 세대결에 들어갔다.
이같은 해외 유력업체들의 M&A바람에 대해 국내 장비업체는 물론 소자업체들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느끼고 있다. 일부 장비업체는 M&A로 국내에 운영해온 현지법인 또는 지사 인원의 상당수를 정리, 업무 차질은 물론 소자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해온 각종 프로젝트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장비업체간의 M&A에 따른 갈등으로 특허분쟁도 줄을 이어 소자업체들이 장비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공룡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무엇보다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 전공정 장비 국산화 바람에 걸림돌 역할을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미(SEMI)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향후 3년 내에 도래할 3백㎜ 웨이퍼 시대에는 자금력과 기술력이 우수한 대형 장비업체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며 현재 이들 해외업체의 짝짓기도 이같은 상황을 대비한 측면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하고 이에 따른 국내 전공정 장비업체들의 대응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묵, 주상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