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이상원 아시아전자연맹 신임 회장

지난 22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는 제15차 아시아 전자연맹(AEU) 정기총회가 열렸다. 국내외 전자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날 행사의 스포트라이트는 이상원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이 앞으로 2년간 AEU를 대표하는 회장으로 선임된 것이었다. 아시아 차원의 전자연맹을 이끌 회장에 한국인이 만장일치로 선정된 것은 국내 전자산업의 위상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사건이다. 이 신임 AEU회장을 만났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AEU에 대해서는 아직 국내에 제대로 소개된 내용이 별로 없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의 단체입니까.

▲AEU는 전자통신 기술분야의 쌍무 및 다자간 협력증진을 목표로 지난 68년 설립된 아시아 지역 최대의 전자통신부문 협력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 일본 대만 등 14아시아국가들이 정회원으로 가입, 기술정보 교류, 포럼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모태는 국제전자연맹(ITU)이고 AEU는 아시아 지역연맹의 성격을 갖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면서 세계적 기관이나 단체의 장에 도전하는 한국인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지만 아직 기관장은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아시아 전자연맹을 이끌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을텐데요.

▲AEU회장은 총회 개최국 인사가 맡는 것이 일종의 관례입니다. 이 때문에 실무는 사무국에서 주로 처리하고 회장은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표성을 갖게 됩니다. 회장 선임은 제 개인의 능력에 앞서 한국 전자산업의 국제적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우리 전자산업도 이제 아시아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의 장을 배출할 정도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이지요. 회장으로서 보이지 않게 한국 전자산업의 국제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줄 수도 있어, 역시 냉엄한 국제사회에서는 국력이 모든 것을 가름하는 지표가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신임 회장으로서 AEU의 활성화 방안 등 새로운 계획은 어떤 것입니까.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무언가 획기적인 것을 이루겠다는 욕심은 내지 않습니다. 우선은 AEU가 명실공히 아시아 전자산업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계 전자업계에서 무시못할 영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AEU활동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호주와 상가포르 등을 적극 설득, 모임 활성화에 주력하고 말레이시아처럼 발전 도상국이면서 AEU에 가입하지 못한 나라들도 회원국으로 참여시킬 생각입니다. 또 글로벌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술 산업정보 교류를 위해 현재 연 1, 2회 열리고 있는 기술 세미나를 반드시 연 2회 이상 개최토록 하겠습니다. 아시아 각국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기술인력 양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술인력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만들고 훈련기관이나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은 회원국과 협의, 추진할 계획입니다.

-회장께서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상근 부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눈을 국내로 돌려본다면 그간 성장만을 거듭해왔던 전자산업이 최근 국내외의 시련에 봉착, 구조 조정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당면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WTO체제 편입에 따른 시장개방과 무한경쟁 시대의 도래라는 환경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그간 수입선 다변화 정책으로 내수경쟁에서 배제됐던 일본 상품이 무차별적으로 유입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예컨대 일부 수입업자들이 최근 소니가 해외서 생산한 텔레비전을 들여와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평가하기에 앞서 무조건 소니라는 브랜드만 믿고 구입에 나선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성능이 국산에 비해 한참 뒤지고 심지어 성능 대비 가격도 비싼 제품으로 판명됐습니다. 일부 수입업자들의 농간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소비자 의식을 감안하면 시장 개방에 대응하는 자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형편입니다.

-그와 관련, 정부가 업계의 경쟁력 제고를 겨냥, 규제완화를 비롯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고 체감할 수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업계의 입장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현실적인 문제를 하나만 든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폐가전 처리문제를 예로 들어봅시다. 전자제품의 생산이 늘어날수록 폐가전의 양도 증가합니다. 현재는 폐가전의 수거에서부터 처리공장 건설까지 대부분 업체의 책임입니다. 심지어 업체들이 처리공장을 세우기 위해 지역별로 부지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입니다. 수익자 부담의 원칙은 따라야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기업체가 감당한다면 결국 원가상승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적어도 폐가전 수거 시스템 정도는 도와주고 공장건설 등과 관련해서도 세제지원 등 일정한 뒷받침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원회장은 진흥회에 들어와서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가 『세계 전자산업 동향을 비롯해 국내외 관련 통계, 기술 추세 등을 망라한 전자종합정보 DB를 구축한 것』이라며 최신 정보에 목말라 있는 중소기업들이 이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산업관련 부서에서 보낸 그의 취미는 4급 실력의 바둑과 등산이다.

<이택기자>

* 이상원 회장 약력

.1937년생

.1961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1년 한-독 경제실무회담 대표

.1990년 특허청 관리국장

.1991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수학(지적재산권 전공)

.1992년 국제특허연수원장

.1994-현재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