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장벽을 허문다.」
영어나 일본어 등 외국어 번역소프트웨어에 대한 업체들의 신제품 개발과 출시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실제 제품의 성능은 광고내용에 훨씬 못미치는 경우가 많아 업체들의 지나친 과잉광고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일각에서는 『상품화할 수 없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비난은 물론 번역소프트웨어에 대한 『업체들의 광고내용을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회의론까지 일고 있다.
번역소프트웨어에 대해 소비자들이 이처럼 불만을 표시하는 것은 「외국어 문서나 인터넷을 거의 완벽하게 번역한다」는 광고와 달리 실제 번역률은 심할 경우 20%에도 못미치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일본어보다는 우리말과 어순이 다른 영어번역 프로그램에서 더욱 심각한데 일부 제품은 외국어문서에 대한 번역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번역률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에 출시된 7개사 10여개 번역프로그램들을 볼 때 일본어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문장을 번역하는 반면 영어는 문법에 맞는 짧은 문장은 번역하나 문장이 조금이라도 길어지거나 복잡해지면 대부분 번역을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문장에 따라 번역률이 현저하게 차이가 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하며 프로그램 번역 정도를 문장이나 상황에 따라 분석적으로 기재하고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제품의 성능을 배제한 채 타 업체와 판매경쟁만을 생각해 억지 과잉 과대광고는 지양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용산에서 번역프로그램 전문 유통업을 하고 있는 K씨는 『광고를 보고 번역프로그램을 구매하러 왔다가 프로그램 데모를 보고 그냥 돌아가는 소비자들도 많다』며 『개발업체들도 품질이 따르지 않는 광고로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 업체들의 불만도 적지는 않다.
국내에서 영한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한 개발자는 『소비자들의 지나치게 완벽한 제품만을 기대한다』며 『20만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유능한 번역가를 고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냐』고 항변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인 품질개발로 프로그램 품질도 계속 향상되고 있고 이전 고객에게는 이를 저가로 업그레이드시켜주고 있어 결국 소비자가 받는 피해는 거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번역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한글을 과학화하는 작업에 국가지원이 너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가의 지원없이 기업의 자생력으로만 프로그램을 개발하다 보니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출시나 기업간 과당경쟁이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언어공학연구소의 장충엽 사장은 이에 대해 『정보화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정보해독력은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요소』라며 『한글의 과학화를 향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