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정보사회 면역체계

모든 생물체는 「면역체계」를 갖고 있어 외부의 변화와 침입에 스스로 대응하면서 생존을 유지한다. 국가와 사회도 생물체와 같은 유기체의 하나로 역시 나름의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국가의 면역체계는 곧 민생복지, 국가안보,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과 제도」이다.

면역기능이 파괴된 생물체는 「에이즈」와 같은 질병에 걸리듯이 국가의 법체계 역시 외부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혼란이 나타난다. 생존의 문제는 바로 변화에 대한 대응체계에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의 극심한 변화 한가운데에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바로 민법, 형법, 상법과 같은 실체적인 「육법(六法)체계」가 국가의 면역체계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해킹, 불법복제, 전자상거래 등 범죄와 경제활동의 주무대가 무형의 사이버공간으로 확대되는 정보사회에서 육법에 의한 질서유지와 미래창조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정보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같은 이는 『디지털사회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사회의 기본적인 법률이 여기에 맞게 변화하지 못할 경우, 기술종속의 심화로 국가적인 불이익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80년대말, 오랜 불황을 겪을 것 같았던 미국은 최근 정보화가 바탕이 된 새로운 법체계를 완비했다. 냉전 이후 유일의 초강국으로 「팍스 아메리카나」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면역체계, 법체계의 빠른 변화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여전히 산업사회형 법체계로 갖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미래를 위한 법과 제도를 시급히 정비하는 일이다.

정보시대에 있어서 미래를 위한 법과 제도란 결국 가상사회, 가상경제에 대한 법과 제도이다.

가상사회를 위한 법과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갖추어져야 하는가. 첫째, 민간부문의 창의와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시대의 규제, 관리 중심의 법체제를 자율과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바꾸어야 한다. 둘째, 국제적인 표준화를 통한 호환성을 가능케 하는 미래지향적인 법체제로의 변화가 모색돼야 한다. 셋째, 변화비용을 최소화하고 지역간, 세대간, 성별간의 정보격차 해소와 경제적 균형발전을 지향해야 한다.

이같은 기준으로 볼 때 가장 시급한 「가상법」에는 「가상대학법」 「전자상거래기본법」 「멀티미디어폴리스법」이 있다.

가상대학은 막중한 사교육비의 절감과 다양성, 창의성을 추구하는 21세기 정보시대 교육정책의 핵심적 해법이다. 열린교육, 평생교육, 세계교육의 교두보를 제공할 가상대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상교육의 패러다임에 맞는 학사관리와 학사제도, 교육매체 규정 등과 함께 기존 교육법의 간소화로 미래형 교육의 길을 열어 놓을 필요가 있다.

「멀티미디어폴리스법」은 정보사회형 국토종합개발계획이다. 첨단정보과학기술의 최첨단기지로의 국제적 이미지를 높일 멀티미디어형 국토개발은 초고속전송망 구축을 통한 전국의 네트워크화로 행정관리와 경제운영의 효율성을 꾀하고 특성에 맞는 지역개발을 유도해 국토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또한 21세기의 치열한 경제전쟁의 핵심이 될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전자상거래기본법」 「전자자금이체법」 「정보보호법」의 보완 및 국제표준 제정 등 법정비와 상거래 주체인 기업의 혁신적인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정보사회 면역체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관리의 법체계는 「육성과 진흥의 법체계」로, 과거와 현실의 실증법 체계는 「현실과 미래의 가상법체계」로 그 틀을 점차 바꿔가야 한다. 그 예로서 국토개발은 테크노폴리스 개념에서 폭넓은 가상정보기술로 발전할 「멀티미디어 폴리스법」으로, 경제는 가상증권과 전자화폐를 뒷받침하는 「전자상거래기본법」 등으로, 교육부문은 최첨단의 열린교육을 가능케 할 「가상교육법」 등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첨단게임산업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