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연구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과 연구과제중심운영제도(PBS)에 따라 연구기관들이 인원 동결 내지 감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연구기관 중에는 최근 2,3년 동안 신규인력을 거의 채용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행정인력은 물론 연구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연구기관의 인력구성이 입사 10년 또는 15년 이상된 관리자급 인력이 전체의 80∼90%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연구생산성이 높고 핵심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원급 인력은 10∼20%에 불과한 역 피라미드형 조직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곧 연구인력의 불균형과 함께 인력인력의 고령화 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어떤 연구기관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순수 이직자가 40여명에 달했는데도 채용인력은 4명에 불과했고 올들어서도 현재까지 14명이 진학, 전직, 창업 등의 이유로 이직했으나 신규채용 인원은 단 1명도 없어 부서별로 심각한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이 연구기관의 인력구조는 연구, 행정, 기술직 등 총 8백68명의 직원 중 연구생산성이 높은 원급 인력은 전체의 8%인 67명에 불과한 반면 선임급이 56%인 4백87명, 책임급이 36%인 3백14명에 달해 90% 이상이 70,80년대 입사한 소위 간부급 연구원들로 채워져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보통신분야의 연구기관을 비롯하여 전기전자, 기계, 생명, 화학 분야 등 주요 정부출연기관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최근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로 인해 연구기관의 승진적체 현상이 심각하고 연구인력 효율적인 재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참신하고 젊은 연구원을 통한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이 어렵게 됨은 물론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단절 등의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며 나아가 차세대 과학기술 개발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연구기관에 참신한 연구인력이 보강되지 않을 경우 당장 눈에 뜨이는 연구기관의 예산절감 효과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더욱 클 것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인건비 확보대책도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과기처가 연구활성화 방안으로 시행하고 있는 PBS 아래에서는 연구원의 성과급이나 특별수당, 퇴직금 등 각종 수당제도가 인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 연구기관들이 연구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행정직 인력의 감축 및 기구 축소를 감행하고 있다. 또 연구비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의 단기과제 수행을 기피하는 한편 대기업의 중장기 과제를 선호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원을 어렵게 만들며 나아가 일반 제조업과의 연계에 의한 기술개발을 더욱 요원하게 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엔 민간 대기업들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정부출연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 및 위탁과제 개발수행을 기피하거나 축소 조정하는 등 연구개발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연구기관들은 민간 대기업을 대상으로 보유기술설명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별도의 보유기술이전반을 설치 운영하는 등의 연구실 밖에서 대외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은 대내적인 예산절감 압박과 함께 민간 대기업의 연구개발투자 축소 등 대외적인 환경악화 등으로 최악의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물론 일부 연구기관의 경우 21세기 연구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보다 합리적인 운영체제 확립이나 조직정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새로운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던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대내외 연구환경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연구기관들의 연구생산성 향상만을 추구한다면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 삼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되며 이런 점에서 정부의 탄력적인 대응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