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품이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시장을 되찾자」. 지난해 위기를 직감한 중국 업계 및 언론계 등이 팔을 걷어 붙이고 TV시장 정비에 나섰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곧바로 가격경쟁으로 치달았고 표면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다소 상승, 성공한 듯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벌어진 수입품과 자국산 TV간의 치열한 격전에서 중국업계가 얻어낸 것은 점유율 몇% 상승 뿐이며 오히려 채산성 악화로 인한 업체 부도 등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전쟁 유도가 오히려 자국산업의 위축 중국정부의 손해를 몰고 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인하가 결코 자국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중국업계 및 정부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 TV내수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판매는 44만7천90대였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7.16%로 95년보다 3.56% 증가했다. 금액면에서도 14억1천8백70만元으로 전체 판매액의 61.59%로 95년보다 3.19% 늘어났다.
반면에 외국산제품의 판매량은 13만2천4백63대, 판매액은 8억8천4백65만元으로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56%와 3.91% 감소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내 자국산제품의 공세가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전년대비 실적만을 놓고 볼 때 외국산 수입품은 수량에서 전년대비 10.26%, 매출액에서는 19.46% 증가해 고성장을 구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64cm이상의 중, 대형 제품의 경우 외산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58.34% 증가했으며 금액으로는 46.35%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한해 동안 중국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산제품은 들어올 만큼 들어왔고 대형을 중심으로 한 노른 자위 수요를 장악한 것이다.
점유율 3~4%를 높이는 데 치른 중국업계 및 정부의 대가는 상당하다. 내수는 물론 수출 제품까지 평균 15% 정도 가격인하를 단행, 중국업계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벌어들였을 매출이 50억元 정도 줄어들었다.
정부의 세수 손실도 8억元에 이른다.
또 이 전쟁은 외국산 부품과 제품의 밀수를 촉발시켰다. 이로 인해 중국정부는 부품 밀수로 9억元, 완제품 밀수로 8억元의 관세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부품업계와 완제품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로 의한 경영 부진 및 부도 등은 이같은 금전적인 손실보다 심각한 것으로 쉽사리 치유될 수 없는 것들이다. 지난해 중국내 TV생산업체는 67개에서 61개로 10%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외국 업체들의 경우 18개에서 22개로 증가해 지난해 결전의 실익은 외국 업체, 특히 대규모 시설을 갖춘 외국업체였던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중국 TV업계는 지난해 내수시장에서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 대가를 앞으로도 계속 치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경쟁에서 재미를 본 일부 업체에서 설비확충을 통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시켜 놓았으나 시장이 이들의 생각 대로 확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상당한 양의 재고가 쌓여 있어 이들 업체들이 곤욕을 치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한번 시작된 가격 경쟁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격경쟁의 불길은 올들어 64cm급 이상의 중대형 제품으로까지 옮겨 붙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해 수십만개의 브라운관 밀수를 준비하고 있어 지난해 중소형제품에서 벌어졌던 경쟁의 재현이 확실시되고 있다.
가격경쟁은 중국산 TV의 품질 하락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저가에 만들기 위해 싸구려 부품을 사용하고 품질관리도 소홀해져 상당수의 중국산 TV가 저질저가 제품으로 전락했다. 따라서 전체 중국산 TV에 대한 평가도 그만큼 낮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들어 뒤늦게 수습에 나서고 있다. 가격경쟁의 자제와 품질향상, 밀수 근절이 주요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미 망가질 만큼 망가져버려 이같은 조치들이 가져올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곳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베이징=고희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