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기업상이 무엇인지를 조사하기 위해 고안된 평가시스템 가운데 하나로 「프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94년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개발한 이 시스템은 당시까지의 조사기준이 숫자로 표시되는 영업실적을 주요 지표로 했던 것과 달리 양적 지표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감성적인 인자도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수익, 성장력, 국제성, 사회공헌, 책임 등 세가지가 그것이다.
이 평가시스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회공헌, 책임이다. 이것은 그동안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종종 강조돼 왔으나 실제로 기업을 평가하는 데에는 그 영향력이 적었다. 그런데 프리즘에서는 이것을 주요한 평가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요구가 최근들어 변했는데 그것을 반영했다.
국제화시대를 맞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가운데 첫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경을 보존하는 문제일 것이다.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대기나 수질, 토양 등이 크게 오염돼 이제 그것은 인류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물론 대부분의 오염이 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산업폐기물, 생활하수 등 때문에 비롯된다.
다행스럽게도 전자산업은 생산과정에서는 다른 산업보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공해물질을 적게 배출한다. 그렇지만 오늘날 국내에서만 연간 수천만대의 전자제품이 생산되고 또 그것과 비슷한 양이 수명이 다돼 폐기된다. 폐전자제품에는 철판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플라스틱, 납 등과 같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물질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생산현장에서 공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전자제품이 유발하는 공해를 줄이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제품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 수명이 다한 제품을 공해 없이 그대로 폐기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그 후의 문제다. 기업체가 한번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여론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제 기업들이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편리한 제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하느냐와 같은 단순한 이윤 추구의 시대는 지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