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국산 주전산기개발 사업 전면 재수정 불가피

정보통신부가 최근 현대전자의 신주전산기 「하이서버UX9000」을 국산주전산기Ⅲ의 후속기종이라고 유권 해석을 내림으로써 10년간 지속돼온 국산 주전산기개발사업의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현대전자를 비롯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국산 주전산기 4사는 더 이상 지방행정전산화 사업 등 공공 기관이 발주하는 전산망 입찰에 국산주전산기Ⅲ를 제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현대전자의 「하이서버UX9000」은 기존 국산 주전산기Ⅲ 보다 가격경쟁력이 월등하기 때문. 현대전자의 설명에 따르면 「하이서버 UX9000」의 가격은 국산 주전산기Ⅲ에 비해 약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국산 주전산기와 완전호환성이 전제된 정부 및 정부투자기관의 공공부문 주전산기 향후 입찰에서 현대전자와 여타 국산 주전산기업체와의 경쟁력은 불문가지라는 것.

결국 현대전자가 기존 국산 주전산기Ⅲ 대신 신주전산기로 대응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대우통신 등 여타 3사는 경쟁에서 질 것이 뻔한 국산주전산기Ⅲ로 입찰에 참여하기 보다는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콜로라리사와 공동으로 신주전산기의 개발에 착수했으며 LG전자는 미국 NCR기종으로 대응하거나 외국 협력업체를 물색중이며 대우통신은 미국 데이타제너럴과의 협력 관계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LG,대우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 3사가 외국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개발한 제품을 갖고 공공기관 주전산기 입찰에 참여할 경우 국산 주전산기Ⅲ는 그 수명이 단명에 그치고 결국 국산 주전산기개발 사업은 「창조적 발전을 위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견해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ETRI 주관 하에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국산주전산기Ⅳ 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TRI가 개발한 주전산기Ⅲ를 상업화하는데 수백억원을 별도 투자하고도 별 재미를 못 본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이 또 주Ⅳ의 상업화에 나설 지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ETRI가 추진하고 있는 주Ⅳ4 개발사업은 기술 축적과 인력 육성이라는 측면 이외는 별 기대효과가 없다』고 주전산기업체 한 관계자는 전하면서 『조달시장이 개방돼 푼돈만 들이면 외국의 첨단 기술을 구입할 수 있는 현시점에서 내수용으로 개발된 제품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산부 주도하에 주Ⅳ와 비슷한 시기에 착수한 대형컴퓨터개발 사업(RIACT)도 당초 계획이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크게 수정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주Ⅳ 개발사업은 시장개방 속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품으로 개발돼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주전산기업체의 한 영업 관계자는 『리스자금 등 정부 지원자금이 없다면 시, 군, 구를 비롯한 어떠한 정부 기관도 국산 주전산기를 구매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영업 일선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외산 중대형컴퓨터처럼 가격과 성능상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팔아봤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10년에 걸친 주전산기 개발과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최소한 중대형컴퓨터와 관련한 아키텍쳐 해석기술 및 소프트웨어 운용 기술은 축적됐다』고 업계 전문가는 평가하면서 『이제 명분만을 내세운 허울좋은 국산 중형컴퓨터 개발사업 보다는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한 경쟁력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