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TV프로그램 등급제 찬반 논란... 방송위 세미나서 지적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창열)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 유해방송매체물의 규제방식,방송등급제 실시에 따른 2차 세미나를 3일 개최했다.지난달 30일 방송전문가와 시민단체 및 학계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보호법 시행과방송운용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데 이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스탠포드대학 컴뮤니케이션학과 석좌교수인 도널드 로버츠박사를 초청,미국내의 TV프로그램 등급제 동향을 소개했다.

도널드 로버츠박사는 메인주제인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과 등급제」와 관련,『미국내에서도매체내용 등급제를 「정보제공 등급제」로 추진할 것인가,「평가 등급제」로 추진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그는 현행 연령별등급제(평가등급제)의 취약점을 극복할 대안으로 미국의 방송학계와 시청자단체들이 주창하는 정보제공 등급제를 상세하게 소개했다.TV프로그램 등급제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하고있는 한국 방송계가 귀담아 들어야할 대목이다.

이와 관련,로버츠 박사는 지난 96년 미국 통신법개정을 통해 오는 98년 2월까지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TV수상기에 반드시 장착하도록 의무화시킨 이른바 「V칩」이라는 프로그램수신차단장치에 대해 소개했다.그는 『소비자는 등급을 선택하고 V칩에 프로그램을 입력하여이 등급을초과하는 내용을 차단할 수 있다』며 『폭력,성,언어 등 내용별로 각각의 등급을 동시에 선택하여 실행,또는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버츠박사는 『V칩의 V가 폭력(Violence)을 의미하나 이보다 더 많은 기능을갖고있는 만큼 선택(Choice)을 뜻하는 「C칩」이라 부르는 것이 최근의 흐름에 맞는 표현』이라며 『(C칩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프로그램 정보위주의 내용안내를 소비자에게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심사숙고한 뒤 판단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정보제공 등급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TV업계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연령별 등급제와 같은 평가등급제에 대해서는『프로그램내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며 『연령집단별 (시청)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아닌 제3자에게 적합성,선택결정 문제를 넘겨주는 제도』라고 그는 평가했다.

반면 정보제공 등급제는 내용정보를 제공하지만 프로그램의 적합성과 선택결정권을 유보하는 제도라고 말했다.로버츠 박사는 실제로 어떤 등급제가 소비자에게 저항을 덜 주고, 유용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가라는 차원에서 TV프로그램 등급제의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주장했다.

정보제공등급제는 프로그램 내용안내가 부메랑효과를 초래하여 특히 어린이.청소년 시청자에겐「금단의 열매 효과」(시청 금지나 제한을 지정한 프로그램만을 찾아서 보는 역효과)를, 평가평급제는 제3자의 통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부작용을 각각 빚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로버츠박사는 미국의 오락소프트웨어자문위원회(RSAC: Recreational Software Advisory Council)등급제 모델을 소개했다.폭력적인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비디오게임에 적용하는 이 RSAC등급제는 폭력,성, 노출, 언어 등4가지 차원에 대해 0~4단계로 게임제작자가 직접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RSAC등급제는 등급 설정이 제품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게임개발자가 규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세부적 등급평가항목에 대한 정의 △소비자의즉각적인 이의제기 △제작자의 잘못 운영에 따른 등급박탈 및 벌금부과 등을 별도의 보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도널드 로버츠박사는 결론으로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위해서 정보를 극대화하고 평가는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그런 점에선 정보제공등급제가 평가등급제보다 유용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국회의장 국제비서관인 강경화박사의 사회로 崔龍周 방송위 선임연구원과 金容琥 동국대 교수가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의 선정성과 폭력성,언어의 문제」에 대해,洪錫敬, 安民鎬 방송위선임연구원과 姜南俊 충남대 교수가 「TV프로그램 등급제의 현황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각각 토론을 펼쳤다.

방송위원회는 지난달 30일에도 KBS,MBC,SBS,EBS등 지상파 방송사의 각 편성책임자와 시민단체 및 학계관계자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오는 7월 시행되는 청소년 보호법의 유해방송물 등급제 실시 및 방송시간 제한을 앞두고 청소년 유해방송물 규제시스템 도입에 대해논의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