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방송] 日 JET, 아시아 방송시장 공략

일본 민간방송의 프로그램을 종합편성해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지난 4월 본방송에 나선 JET(Japan Entertainment Television)가 아시아 방송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JET는 일본내 민방 프로그램채널을 미국의 위성(PAS 2호기)을 이용해 아시아 지역에 배급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자. 대만에서는 방송개시 한달만에 전세대의 3분의 2 수준인 약 3백만 세대가 이 채널을 시청할 정도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JET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줄기차게 거론되면서 경계의 대상이 되어온 일본 프로그램의 아시아상륙이 비로소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방송위성(BS)이나 퍼펙TV가 아시아지역 공략을 위한 방송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자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JET는 일본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 아시아지역에 본거지를 갖는 프로그램 수출전문회사가 설립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이같은 프로그램 공급회사는 일본의 위성이 아닌 해외위성을 이용하고 있어 바야흐로 아시아를 겨냥한 일본방송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JET는 지난해 9월 스미토모상사그룹과 지상파 방송인 도쿄방송(TBS)가 중심이 돼 싱가포르 현지법인으로 설립된 회사로 타이 동쪽지역의 동남아시아 각국, 중국,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의 지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스크램블문제로 개별수신이 불가능하고 케이블TV 방송국을 경유해야 한다.

현재 일본의 민방 프로그램이 중심이 된 영상 1개 채널을 영어, 북경어, 태국어, 일본어의 4개국 언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말레이어, 인니어, 광둥어로 더빙해 방송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JET는 아시아지역 케이블TV가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는 2000년에는 당기순이익 흑자, 2003년에는 누적적자 해소를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 민방의 아시아지역 공략은 스미토모상사를 주축으로 한 JET에 국한되지 않는다. 퍼펙TV의 공동 출자회사인 이토추상사는 타이의 디지털 위성방송 DBS아시아에 지분참여를 하는 한편, 최근에는 퍼펙TV의 프로그램을 5~10개 채널로 구성해 내보내는 일본 프로그램 전문공급회사인 J채널을 타이에 설립했다.

또 지난 95년 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공급에 적극 눈을 돌린 NHK는 지난 4월부터는 프로그램 방영시간을 4시간30분 연장했으며 영어뉴스까지 가미해 아시아지역의 케이블TV 방송국을 겨냥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프로그램 해외진출이 활발해진 데에는 무엇보다도 기존 방송미디어뿐 아니라 광고회사, 종합상사 등의 적극적인 연계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방송의 국제화동향에 뒤처져서는 안된다는 일본 민방의 의식개혁도 상당부분 기여했다.

그러나 일본 방송프로그램의 아시아 공략은 앞으로 몇 가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문화침략이란 아시아 주변국의 비난이 첫번째이고 지적재산권문제처리, 광고 및 프로그램 표현내용에 대한 각국의 상이한 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