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가전산업 현황과 전망 (3);백색가전 수익 악화 (3)

요즘 국내 시장에서 1백만원짜리 냉장고 한 대를 팔면 제조업체는 얼마나 남길까. 모델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2년전에 새로 가동한 삼성전자 광주공장의 경우 보통 1만원 안팎의 이익을 남긴다. 이익률이 1%라는 얘기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이익률은 신규 설비투자로 인한 금융비용도 한몫하고 있는데 오래 전부터 가동해온 LG전자 창원 냉장고공장도 이익률이 최고 3%를 넘지 않는다.

컬러TV, VCR,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5대 가전제품중에서 그래도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제품으로 꼽히는 냉장고가 이 정도다. 세계시장 1위를 넘보고 있는 전자레인지의 경우는 VCR와 함께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다. 전자산업 격변기속에서 가전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몇차례 실시한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가전사업을 지탱해준 백색가전의 앞날(수익성)이 그다지 밝아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물류비용에 대한 부담이 이 백색가전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있다.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는 갈수록 대형화돼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업체에서도 골칫거리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대형화로 인해 종전에는 한 차에 10대를 운반하는 것을 7∼8대밖에 옮기지 못하고 물류창고의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리점에선 제품을 팔고서도 실어나를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안절부절하지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집안에 들어가질 못해서 문짝을 뜯어내는 해프닝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출에 있어서는 더 심각하다. 2~4년전까지만 해도 냉장고와 세탁기 수출물량이 적은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삼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물량이 급증하는 것은 물론 수출시장도 중아, 중남미처럼 먼 지역으로 확산됨으로써 물류비용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즉 수출은 늘어나는데 이익이 이를 뒤따르지 못해 최근 업계에선 이와 관련한 대책회의까지 열고 있느나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외 현지 생산진출도 만만치가 않다. 냉장고와 세탁기같은 백색가전은 AV기기와는 달리 설비투자비가 막대한데다 이들 제품이 지역별로 문화와 관습에 민감, 시장공략이 쉽지 않아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시키려면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또 이로 인해 투자회수율도 매우 낮은 실정이다.

여기에 국내외 브랜드간 시장경쟁이 가열되고 있는데다 최근 대형 할인점의 잇따른 등장으로 가격 낮추기 경쟁까지 심화됨으로써 더 이상 이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이춘욱 홍보이사는 『가전사업이 이익을 남기던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삼성전자의 경우 이익 때문에 가전사업을 하기보다는 전자대기업으로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론 백색가전사업을 희망적으로 보는 이들도 아직은 적지 않다. 이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기술자립도가 높은 편인데다 외산제품들과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물류부담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한다면 리딩상품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생산 및 물류구조와 마케팅력으로는 숨가쁘게 변화하는 전자산업의 소용돌이속에서 세계시장 리딩상품화를 실현하는 것은 물론 살아남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