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하고 가세요』 『이리 와봐요』
불경기 여파로 전자상가 입점업체들의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백20여개 외산 오디오 매장이 밀집돼 있는 용산전자랜드 2층을 모두 돌아보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이 5분 동안 고객은 매장 점원으로부터 스무 차례 이상의 호객행위를 접하게 된다.
일부 점원들은 반말까지 섞어가며 행인을 유인하는가하면 「다른 곳에 가봐도 마찬가지」라며 반말투로 끝말을 흐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호객행위에 걸려든 손님에겐 잔뜩 부담을 줘 물건을 사지 않고 매장을 나설 때는 미안한 마음마저 생기게 한다.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 매장을 나설 땐 손님을 향해 듣기에도 민망한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을 때도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방화동의 K씨는 아이 교과서에 전자랜드에 관한 소개가 실려 학습의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전자랜드에 들렀다가 기분만 상했다.
『산교육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아이와 함께 상가에 나왔는데 산교육은 커녕 관세청 밀수품 단속반과 상인들이 실랑이를 벌이며 몸싸움하는 모습, 수준이하의 호객행위 등 아이에게 못볼 것만 보여줬다』며 『산교육은 커녕 오히려 역효과만 난 것같다』고 말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호객행위는 전자랜드 2층 뿐 아니라 1층 가전매장, 3층 컴퓨터 매장도 이미 보편화(?)돼 있고 용산상가 전체에 만연돼 있는 형편이다.
이렇듯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호객행위로 인한 상가 전체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되자 각 상가 상우회 및 관리사들은 호객행위 근절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용산전자상우회가 「상점가진흥조합」을 결성하면서 깨끗하고 선진화된 상가를 만들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호객행위를 자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호객행위가 수그러들기는 커녕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랜드의 한 관계자는 『초등학교에서 우리나라 전자제품 유통의 대표적인 곳으로 전자랜드를 소개하기 위해 시청각교재를 요구해와 현재 제작을 검토하고 있지만 순진한 아이들을 속이는 것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며 『저질상혼을 일삼는 일부상인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