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떠오르는 서울 서부지역 전자상권 (상)

구로동이 전자상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계, 공구상가로만 알려져 있던 구로동 일대에 지난달 30일 중앙유통단지가 들어서면서 「전자상가의 구로동 시대」에 막이 올랐다. 올해말이면 123전자타운과 서부전자월드가 완공된다. 중앙유통단지에는 이달말 전자부품업체가 용산전자상가에서 대거 이동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조립PC업체등 컴퓨터유통업체도 조만간 입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밸리를 꿈꾸는 서울 서부지역의 전자상권을 상하로 나누어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중앙유통단지」는 청계천 일대의 상인들이 서울중앙기계부품상협동조합을 만들어 조성한 상가. 산업용 기계 및 부품 위주의 상가이다. 전자부품 매장이 이 곳에 들어서게 된 것은 부품유통의 특성상 한곳에 집결해 있어야만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흡인력이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간 용산전자상가내 선인상가에 주로 모여 있던 전자부품매장들이 중앙유통단지로 이동하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또 조립PC상가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 선인상가보다 부품의 특성이 강한 상가로의 이동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주류이다.

123전자타운과 서부전자월드 역시 경인수도권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 인천과 부천지역 인구가 쇼핑을 위해 용산전자상가나 세운상가로 몰리는 것을 「서부상권」의 테두리안에서 흡수하자는 의도이다. 그 중간다리가 구로동 일대이다. 아직 상가의 색깔이 분명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고유의 특색만 살린다면 「전자속의 전문상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구로상권의 앞날은 어떤가. 섣부른 판단일지는 몰라도 전자부품상권으로서 구로동의 앞날은 밝다고 할 수 있다.

그 첫번째 이유가 오는 2002년까지 인천을 미디어밸리로 가꾼다는 정부정책의 영향권내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경인국도변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이 부품의 조달이 쉽다는 강점을 안고 있다. 전자부품업체들이 대규모로 모여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부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따라서 용산이나 청계천보다 규모가 크고 물류이동이 간편한 구로동 「중앙유통단지」를 선호할 공산이 크다.

두번째 이유는 인접한 제일제당 부지가 계획에 따라 제일제당 영상단지로 전환됨에 따라 정보산업과 연계되는 것이다. 21세기 유망산업의 첫 손으로 꼽히는 영상산업단지가 이곳에 들어설 경우 파급효과를 고려해 볼때 그 수요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인근 기계, 공구 전문상가가 인접해 있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 이는 중앙유통단지의 기계, 공구 전문매장의 경우 구로기계공구상업단지와 고척산업용품종합상가, 시흥산업용품종합상가 등 총 4천여개 점포에 이르는 기계공구 전문상가와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그러나 전자전문상가는 아직까지 황무지나 다름없다. 전자부문에서 중앙유통단지는 부품으로 색깔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말 완공될 123전자타운과 서부전자월드의 색깔이 어떻게 규정지어지냐가 변수이다.

상가는 모여야만 고객흡인력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기계, 공구상가로서의 이미지와 전자전문상가의 이미지를 결합하기 위해 기존 상가와 신설상가의 「合從連橫」이 관건이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