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체들이 DVD플레이어,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 인터넷TV 등 정보가전제품을 활발하게 수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외시장에서 이들 제품의 가격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삼성전자가 미국, 중국 등지에 수출을 시작한 DVD플레이어의 경우 미국 시장에선 이미 5백달러대의 모델이 등장했으며 시스템 칩 전문업체인 C큐브, LSI로직 등이 1세대 DVD플레이어에 채용한 칩세트를 원칩으로 만들어 가격을 크게 낮춤으로써 하반기부터는 5백달러를 밑도는 제2세대 DVD플레이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DVD시장을 짧은 시간에 확대하기 위해 일본 가전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보급형의 경우 오는 2000년엔 2백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급속한 가격하락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우선 올 하반기부터 수출용 모델에는 C큐브와 공동으로 개발한 칩을 채용하고 DVD전용 칩세트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추진중인 「Z-2」프로젝트를 서둘러 완료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전자4사가 본격적인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위성방송수신기도 최대 수요처인 미국에서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어 국내업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지난 94년 미국에서 디렉트TV와 USSB가 처음으로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를 개시했을 당시만해도 수신기(세트톱박스) 가격이 6백99달러 였으나 이후 에코스타, 알파스타 등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현재 수신기 가격이 2백50달러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는 2백만달러를 지불하고 디렉트TV사의 수신기 공급자격을 확보하고 있으나 대미수출을 위해선 수신기 제조원가를 2백달러 이하로 낮춰야 하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대우전자가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 수출할 인터넷TV용 세트톱 박스 역시 웹TV사가 지난해 처음 출시했을 당시 3백29달러였으나 최근엔 2백49달러로 떨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커티스, 뉴컴, RCA(톰슨) 등이 하반기부터 이 시장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전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보가전제품이 시장도입기를 맞기도 전에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이 시장이 소프트웨어 및 방송 서비스업자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국내 업체들이 정보가전사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핵심기술 확보와 함께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