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秉丞 CC마트 대표이사
최근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거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등 여러가지 얘기가 많다. 현재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고민해야 하는 것은 과소비문제가 아닐까 싶다.
얼마전 어느 한 신문은 한해동안 버려지는 폐PC가 평균 50만대에 이르고 이에 따른 자원낭비와 환경오염 문제가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96년말 현재 국내 컴퓨터 총 보유대수는 1천만대를 넘어섰고 지난해 한해 동안 판매된 컴퓨터만도 1백86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중고PC로 유통되거나 재처리용으로 수출된 물량은 약 20만대로 실제 재활용율은 30%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약 43만대의 중고PC가 지난 한해 동안 그냥 버려지거나 방치됐다고 한다.
컴퓨터를 한대 생산하는 데 약 43%의 수입부품이 사용된다. 이를 감안하면 막대한 외화낭비요 자원낭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중고PC의 재활용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었음에 틀림없다.
컴퓨터는 급격한 기술발전에 힘입어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서 그 생명이 짧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무조건 신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PC를 사용함에 있어서 도저히 성능이 따라가지 못해서 신형으로 바꾸는 것은 어쩔수 없다고 해도 이제 겨우 PC를 공부하고 워드프로세서나 PC통신을 위해 수백만원대의 신형PC를 구입하는 것은 과소비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마치 「벤츠로 운전연습을 하는것」과 같은 것이다.
폐PC가 급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과소비문제 이외에 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PC 하나를 재처리하는 데는 1만5천원의 비용과 물 50톤이 필요하다고 한다.
폐PC를 줄여 과소비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자는 데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중고PC」 사용을 꺼리고 있다. 중고는 「왠지∥」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폐PC에 대한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중고 컴퓨터의 재활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중고PC를 사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못쓰게 된 폐PC까지도 금이나 은, 팔라듐 등을 추출해 다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한 시장조사 전문업체의 발표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지난 92년부터 96년까지 5년 동안 7천만대의 컴퓨터를 재활용했다고 한다.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그 밑거름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PC 구매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업무에 맞는 적정한 PC를 구입하는 동시에 무조건 신형제품이 좋다는 잘못된 소비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도 나름대로 한해에 수십만대씩 버려지고 있는 폐PC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거하고 재활용할 것인가를 심도있게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폐PC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