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국컴퓨터, 소프트웨어전시회(SEK97)에서 주목할 것이 한국형 전사적자원관리(ERP)의 본격적인 등장이다.
경영정보시스템(MIS) 패키지 시장의 맞수이면서 한국형 ERP 패키지 개발에도 경쟁적으로 착수했던 한국기업전산원과 한국하이네트가 이번 전시회에 각각 「톱 엔터프라이즈」와 「인프라 프로」를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국내 ERP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외국의 유명 ERP업체들이 속속 국내에 진출하는데 대비하기 위해 「한국형」을 기치로 내걸고 ERP개발에 착수했다.
한국기업전산원은 지난해 10회 전시회에서 ERP 패키지의 초기 실험작이라 할 수 있는 「신경영정보탑」을 선보이면서 한국형 ERP개발을 선도해 나갔다. 이후 서울대 공장자동화연구소와 공동으로 G7국책프로젝트의 일환으로 ERP개발에 돌입했다.
뒤이어 한국하이네트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기술개발 자금을 지원받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정보연구센터와 산학협동으로 ERP 패키지 개발에 착수했다.
양사가 이번에 공개하는 제품들은 정식 상용화 제품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면모를 살피는데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기업전산원의 「탑 엔터프라이즈」는 물류, 자본, 인력, 시간, 정보관리의 큰 분류속에 총 19개 모듈로 구성돼있다. 특히 「탑 엔터프라이즈」는 자체 저작도구를 통해 시스템의 커스터마이징을 유연하게 돕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한국하이네트의 「인프라 프로」도 총 16개 모듈로 구성돼 있으며 각종 파라미터 입력을 통해 사용자 환경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주목된다.
양사의 한국형 ERP 전시는 여러면에서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그동안 한국형 ERP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보였던 만큼 이들 제품이 얼마나 이를 불식시킬지가 관심거리다. 또 한국형을 기치로 내건 만큼 얼마나 한국적 프로세스가 제품에 녹아 있는지도 중요하게 살펴볼 대목이다.
여기에 덧붙여 양사가 자존심을 걸고 착수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두 제품을 한자리에서 비교 평가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ERP의 자체개발은 무모하다는 초기 우려속에서도 양사는 신념을 갖고 착수했고 이후 대형 SI업체를 포함해 한국형 ERP 개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동안 양사가 철저한 보안유지 속에 개발을 진행해 구체적인 모습을 살펴 볼 기회가 없었다.
이제 양사가 일반에 정식으로 공개하는 만큼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토종의 매운 맛을 얼마나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