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의 사업구조 조정은 21세기를 대비하는 생존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리딩 3사의 경우는 방대한 사업품목을 어떻게 재조정하느냐에 따라 세계 톱그룹으로의 진입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고심하고 있다.
리딩 3사의 사업구조 조정은 특정사업 철수에서부터 중소기업 이관, 국내외 사업장 재조정, 그룹내 계열사간 사업품목 조정 등으로 요약된다.
사업철수나 중소기업 이관 대상은 주로 소형가전제품을 중심으로한 중소기업형 제품들이다. 회사별로 조정방법이나 시기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 대상은 「비전자적 성격이 강하면서도 이윤이 낮고 시장경쟁만 치열한 한계사업 품목」으로 일치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일찌감치 손을 뗀 가스보일러사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중소기업에서 조달 판매해온 팬히터, 냉온장고, 보온병, 보온도시락, 키보드, 장식장 등 10여개 제품사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쇼케이스는 종류별로 중소기업에 이관중이며 상당수 가스기기와 감열기록소자(TPH) 등도 중소기업에 넘겼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헤어드라이어, 헤어컬, 체중계, 압력솥 및 밥솥, 보온병, 핸드마사지기 등 상당수 소형가전제품사업을 중단하거나 중소기업에 완전히 이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작용과 함께 구조조정 자체가 좌충우돌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외산 유명 브랜드가 국내시장을 장악한 전기면도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품목에 해당한다. 국산 전기면도기에 대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 앞장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외국의 기술을 도입해 OEM 제조업체를 지원하는 열성을 보였으나 지금은 사업중단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또 식기세척기 사업을 중소기업에 이관하고는 최근에 새로 내놓은 「지펠」이라는 고급브랜드를 식기세척기에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전자, 동양매직 등과 함께 외산브랜드의 시장잠식을 가로막고 시장선점을 위해 벌인 식기세척기사업이 시장수요가 예상처럼 확대되지 않고 사업성도 떨어지자 시장규모가 커질 때까지 잠시 중소기업으로 옮겨놓는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리딩3사는 소형가전제품을 시작으로 글로벌 OEM조달(소싱)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관리형 사업구조 조정도 적극 모색하고 있으나 이 또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 대부분이 세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브랜드들이어서 쉽지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대우전자의 경우는 외산 유명 브랜드를 그대로 받아들여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리딩 3사의 이러한 좌충우돌식 구조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중소 가전업체들. 그동안 리딩 3사에 가전제품을 OEM 공급해 온 중소업체들은 믿고 기댈 곳을 잃어감으로써 경영악화는 물론 리딩3사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가전산업의 체질을 오히려 더 약화시킬 우려도 크다.
「국내 사업장은 한국과 일본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생산과 첨단 핵심기술 개발의 본거지, 해외사업장은 현지시장 대응용 가전제품 개발 및 생산기지화」로 함축되는 국내외 사업장 구조조정은 아직 초기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속에도 인력, 소재, 부품기반 및 핵심기술 개발력, 해외경영력 등 아직까지 리딩 3사가 해결하지 못한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내재돼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