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꾸준히 그러나 발빠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 새로운 시장이란 다름 아닌 방송산업이다. 빌 게이츠는 곧 다가올 「컴퓨터와 TV」간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방송분야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지난 9일 미국에서 네번째로 큰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인 「컴캐스트社」에 10억달러를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24시간 뉴스방송 전용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업체(PP)인 「MSNBC」에 50% 지분참여 및 인터넷 관련 솔루션 제공업체인 「웹TV」의 인수(4억2천5백만달러)에 이어 또 다시 컴캐스트에 거액을 투자함으로써 방송분야의 사업기반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빌 게이츠의 이같은 방송시장 진출은 앞으로 TV기능을 추가한 PC가 시장의 주류를 이룰 것이란 판단 아래, 컴퓨터 운용체계에서와 같이 이와 관련된 기술표준을 적극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인텔 및 컴팩컴퓨터 등과 디지털TV의 새로운 기술표준을 공동개발하고 내년에 자사의 차기 운용체계인 「멤피스」나 「윈도NT 5.0」을 탑재한 PC로 TV신호를 받겠다고 밝힌 것도 빌 게이츠의 이같은 의지를 잘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빌 게이츠는 독자적인 정보전송채널 즉 방송 네트워크를 손에 넣어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컴퓨터의 제왕」에 만족하지 않고 그 이상의 위상강화를 노리고 있다. 그것도 단방향이 아닌 양방향 방식을 채택한 방송서비스를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빌 게이츠의 왕성한 의지에 대해 최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은 미래 정보산업의 방향을 확고히 설정해 놓은 데에서 비롯된 듯하다. 미래의 수요예측을 정확히 하고 선도해낼 수도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빌 게이츠는 컴퓨터, 방송, 통신기술이 가진 「융합」의 의미를 잘 터득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내에서도 21세기를 대비해 방송, 통신, 컴퓨터를 융합하는 이른바 「C&C&B(Computer And Communication And Broadcasting)혁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지난해부터 각 연구기관이나 단체에서 잇달아 세미나와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행사도 당장 정부 부처간, 기관간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주위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우리도 기술의 융합이 갖는 본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