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법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제정될 것인지에 방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세기 신한국당 문화체육공보위원장과 함종한 제3조정위원장,오인환 공보처장관 등은 지난 5일 당정협의를 갖고,6월 임시국회에서 새 방송법의 제정을 적극 추진키로 했기 때문이다.또 정부와여당은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를 위한노력도 함께 벌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95년 정기국회에 기존 방송법과 종합유선방송법을 통합한 「통합방송법(안)」을 제출했으나 야당의 단일 「방송법(안)」제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여야 합의로 폐기했다.또한 이번의 새방송법(안)은 지난 95년의 통합방송법(안)을 수정한 뒤 96년 15대국회에 상정,제도개선특별위원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현재 문체공위원회로 넘어가 있는 상태.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방송법(안)에서 가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은 대기업과언론사의위성방송사업에 참여문제.새 방송법(안)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새 법안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위성방송의 종합편성 또는 보도전문편성 방송을 제외한 채널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고,신문, 통신사는 지상파방송과 위성방송의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을 제외한 방송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법안 13조 3항,4항).
이러한 내용으로 말미암아 새 방송법(안)은 지난해 야당과 방송사노조등의 강력한 반발로 입법이 추진되지 못했다.따라서 올해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법안을 정부와 여당이 그대로 통과시키려 할 경우 반대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개혁국민회의(공동대표 강문규등)와 전국방송단일노조설립추진위원회(준비위원장 오수성),언론노련(위원장 이형모)등 관련단체들은 지난 5일 신한국당 당사앞에서 이 방송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대로 통과시키려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단일방송노조설립추진위측은 지난 9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만약 새 방송법이 이번 임시국회 상임위에서 통과할 경우 즉각 방송4사가 연대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결정했다.더욱이 KBS와 MBC,SBS등 지상파방송사들은 대기업 및 언론사가 위성방송 사업에 참여할 경우,앞으로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방송사 노조가 새 방송법 제정을 반대하더라도 이를 묵인하거나 아니면 심정적으로 동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새방송법의 입법이 지연됨에 따라 하루빨리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견해도만만치 않다.우선 새방송법 제정지연으로 위성방송 사업이 계속 표류하고 있고,케이블TV 업계의 손실도 크기 때문이다.위성방송과 관련한 제조업체들의 피해는 차치하고도 무궁화1호 위성의 수명이 얼마남지 않은 터에 해외의 위성방송은 수백개의 채널로 물밀듯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또 케이블TV업계로서는 종합유선방송국(SO)의 복수겸영(MSO)문제를 비롯,SO의 전송망사업 허용,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통합등 케이블TV가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정책이 전혀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야당과 방송노조등에서도 새방송법 제정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새 방송법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이들은 정부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과 언론사에「선심성 언론흘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또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새 법안을 손질하지 않고 물의를 일으키며 그대로 입법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벌써 수차례나 입법이 지연돼온 새 방송법이 이번에 과연 통과될 것인지,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