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급증세를 지속해온 선발 PCB업계의 다층기판(MLB) 수주량이 이달들어 주춤거리고 있어 관련업체들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5월 초까지만해도 예년대비 20~30%대의 성장세를 유지해온 대덕전자, LG전자, 삼성전기, 코리아써키트, 이수전자 등 주요 선발 PCB업체들의 MLB수주량이 이달들어 점차 줄어들고 있다. PCB시장은 대개 1.4분기에 주춤하다 2.4분기 초에 발동이 걸려 6~8월에 정점을 이루는 단기사이클을 그려왔다는 점에서 최근의 경기하강조짐은 다소 이례적인 일로 간주되고 있으며,MLB가 현재 국내 PCB업계의 최고 효자품목이란 점에서 추이가 주목된다.
주력시장이 달라 업체별로 편차는 있으나 1.4분기 피크 때에 비해 최근의 수주상황은 대체로 90%를 밑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업체마다 이같은 경기하강 국면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인지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경기동향 분석에 분주하다.
시기적으로 예년같으면 상승국면에 있을 MLB시장의 주춤거리고 있는 원인에 대한 해석도 업체별로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업계는 우선 MLB의 최대 수요처인 컴퓨터 관련기기시장이 초호황세였던 미국의 최근 경기반전 조짐과,6월 말로 몰려있는 미국업체들의 결산마감에 따른 재고조정을 주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모듈과 CDMA돌풍으로 계속돼온 내수시장의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진 것도 한 요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반도체 3사가 D램 가격 지지를 위해 해외 현물시장(스팟시장) 출하량을 줄이면서 모듈용 MLB수주량도 최근 크게 감소했다. 국내 MLB특수를 불러왔던 CDMA장비시장도 이젠 성장세가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행망 및 교육망용 PC 선정 지연에 따라 국내 PC 생산량이 당초 예상치 만큼 따라주지 않는데다가 PC시장의 실세로 떠오르고 있는 노트북PC용 MLB를 삼성전기 등 일부 선발 PCB업체들이 주력 공급하고 상당수의 주변장치가 조립상태로 해외서 수입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MLB 시장상황이 달라지면서 핵심 소재인 매스램 제조업체들의 영업행태도 기존에 「없어서 못주는」식에서 수요자를 찾아나서는 식으로 변모하고 있으며,MLB업체간에도 지난해 중반 기승을 부렸던 저가경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당수 PCB업체 관계자들은 최근의 MLB경기 하강국면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늦어도 8월 이후에는 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CDMA특수가 단말기를 중심으로 여전히 활기를 띠고 있는데다 BGA, TFT LCD용 등 고부가 박판PCB 생산이 계속 늘어나고 빠르면 연말경에는 PCS수요가 뒤를 받쳐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역시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PC시장이 변수긴 하지만 선발 MLB업체들의 거래선이 비교적 굴지의 업체들인데다가 차세대 MLB시장의 보고인 이동통신시장의 전망이 밝은 탓이다. 게다가 최근 엔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국내 MLB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이 지금보다 한결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