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3사가 3백㎜ 폴리시드(Polished) 실리콘 웨이퍼시대에 대비하는 한편으로 에피 및 SOI 웨이퍼의 채용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차세대 웨이퍼시장의 주력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그간 일반 폴리시드 제품이 장악해온 웨이퍼시장에 표면 무결함 특성을 앞세운 에피(Epi) 및 SOI 웨이퍼가 강력한 도전장을 던짐에 따라 벌어진 이같은 웨이퍼시장 다툼은 향후 3백㎜(12인치)시대를 맞아 소자업체들까지 가세한 컨소시엄간의 勢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 관심을 끈다.
웨이퍼의 동향에 소자업체들의 관심이 각별한 것은 반도체의 핵심재료 가운데서도 가격비중이 가장 높고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차세대 웨이퍼 선정과 관련한 소자업체들의 반응은 각사의 시장접근 방식에 따라 다양한데. 대체로 선발업체들은 「기존 제품으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틴다」는 식이고 후발업체들은 수율이 높은 제품을 앞서 채용, 선발업체를 추격한다는 전략이 강하다.
이에 따라 에피웨이퍼의 경우 이미 LG 등 일부 국내업체들이 64MD램 생산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아래 시범사용 중이고, 차세대 웨이퍼로 꼽히는 SOI웨이퍼도 현대 등 일부 업체가 1GD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채용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 소자업체가 웨이퍼 성능을 가늠하는 요소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회로의 집적도, 소자의 처리속도, 저전압 소모 등 3가지. 여기에다 양산성과 가격경쟁력까지 갖출 경우 언제든지 주력제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이같은 기준에서 볼 때 에피와 SOI웨이퍼는 언제든지 주력제품화할 가능성이 크다. 폴리시드 웨이퍼의 단점인 표면결함을 줄여 수율을 높이고 소자업체들이 공정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들 웨이퍼는 양산성만 확보된다면 승산이 있다는 지적이다.
64MD램 시장에서 에피웨이퍼는 이같은 가능성을 입증해가고 있다. 에피웨이퍼는 기존 폴리시드 웨이퍼 위에 기상증착으로 화학적, 물리적 결함을 해소한 또 하나의 층을 형성, 종전보다 보통 10% 이상의 수율향상을 기대할 수 있고 2, 3개의 단위공정을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도시바, 후지쯔, 미쓰비시, IBM, 지멘스 등 세계적인 업체들이 64MD램의 주력 웨이퍼로 이를 사용하고 있으며 LG반도체 등 국내업체들도 64MD램 3세대 제품 이후 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채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OI 제품의 약진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미 현대전자가 1GD램 이후 본격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아래 최근 SOI웨이퍼를 사용한 1GD램 샘플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특수 로직제품에 채용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채택중인 SOI제품은 웨이퍼 2장을 붙여 한면을 갈아 절연체를 만드는 공법으로 단위공정 축소는 물론 특성면에서 현존하는 웨이퍼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당분간 폴리시드 웨이퍼 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에피 웨이퍼는 4MD램 시절부터 폴리시드 웨이퍼의 대안으로 강력하게 거론됐지만 가격대비 성능면에서 채산성이 떨어져 항상 미뤄져 왔으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폴리시드 웨이퍼업체들도 인고트 성장방법부터 개선한 무결점 웨이퍼(P1+P)를 개발한 상태여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삼성전자 개발실 한 임원)
실제로 수율차가 5% 안팎일 경우 1.5배 이상의 가격부담을 안고 에피나 SOI 제품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산성이 뛰어나고 비용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폴리시드 웨이퍼의 특성이 무결점에 접근할 정도로 개선됐음이 입증될 경우 웨이퍼시장 주도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 확실하다.
소자업체들의 여러가지 움직임을 고려할 때 국내 웨이퍼시장은 64MD램 활성화 시기인 98년 말까지는 폴리시드 제품이 주도하되 3백㎜ 대구경 웨이퍼 채용이 가시화되는 2백56MD램 이후 에피 웨이퍼의 득세가 유력시된다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LG반도체 개발실의 한 임원은 『3백㎜ 웨이퍼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2백㎜ 제품에서 개선가능한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구경 시장에서는 가격과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에피 웨이퍼가 적합한 대안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