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3사, 냉장고 세계시장 전략

전자3사가 최근 저마다 차별화된 세계 시장 전략을 내놓고 있어 과연 어느 업체의 전략이 먹혀들는지 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냉장고의 고급화와 해외생산을 적극 추진해 2001년께 세계 5대 냉장고 브랜드로 부상한다는 「월드베스트전략」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부가가치가 낮은 3백ℓ급 이하 제품을 해외공장으로 이전하고 대신 광주 냉장고공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2001년까지 2조원을 들여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동남아(인도네시아, 베트남) 중남미(브라질) 북미(멕시코) 유럽(물색중) 등 권역별로 모두 8,9개의 현지 완결형 생산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특히 독자적으로 개발한 냉각시스템(독립냉각시스템)을 세계시장에 적용하고 양문여닫이(사이드 바이 사이드) 냉장고를 월드와이드브랜드인 「지펠(Zipfel)」로 적극 육성해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LG전자도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확대와 함께 생산라인의 확충을 통해 세계 냉장고 시장을 주도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LG전자는 국내 창원공장 외에도 베트남, 인도, 중국, 필리핀 등 아시아의 생산기지를 확충하는 한편 독립국가연합(CIS), 중남미 지역에도 현지 생산공장을 세워 전방위적인 공급체제를 갖춰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 회사는 해외생산의 확대에 주력하는 경쟁사와 달리 국내공장을 축으로 한 세계전략에 무리가 없는 범위로 해외공장을 제한적으로 신설할 계획이다. 특히 초대형 냉장고사업에서 세계 1위업체인 GE사와 제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전방위적인 물량공세를 펼쳐 세계 최대의 공급업체로 부상한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냉장고 비전 2002」라는 이 전략에 따르면 대우전자는 오는 2002년께까지 국내 2백만대, 해외 5백만대 등 총 7백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춰 세계 냉장고시장의 12%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총 10억달러를 투자해 베트남, 멕시코, 스페인, 인도 등 현재 가동중이거나 건설중인 4개 지역외에 8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고급제품에 승부를 걸고 있는 반면 중급제품 시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세 회사의 세계시장 전략이 이처럼 봇물처럼 나오고 있는 것은 다른 가전제품과 달리 냉장고는 국제 경쟁력이 뛰어난 제품이기 때문이다.

세 회사는 세계 톱브랜드라는 목표와 현지 완결형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전략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브랜드 전략에서 세 회사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힘으로 글로벌 제품을 육성해 일류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진업체를 따라잡으려면 제품력 못지않게 브랜드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해외업체와의 합작을 적극 활용할 뜻을 비추고 있다. 당장 브랜드 지명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해외업체의 힘을 빌려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이후에나 고급 브랜드 전략을 펼치겠다는 뜻이 대우전자는 두 회사의 관심이 적은 중급제품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고급 브랜드 전략을 펼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며 세계적으로 틈새시장이 널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느 업체의 판단이 옳을까. 업계는 이같은 궁긍증을 갖고 세 회사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