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떠오르는 서울 서부지역 전자상권 (하)

서부전자상권의 현안은 상가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고객응집이 어렵다는 점이다. 3만평 규모의 1.2, 3전자타운과 2만5천평 규모의 서부전자월드, 그리고 9만5천평의 중앙유통단지가 서로 삼각점을 이루고 있어 고객유인을 위한 과열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 지역의 전체수요나 소비성향을 고려할 때 상가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그렇다고 서울 동부, 남부, 북부의 고객을 흡수할 여건도 못된다. 동부의 테크노마트21, 남부의 국제전자센터, 북부의 세운상가와 이를 결집하는 용산전자상가가 중간지점에서 고객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전문상가가 2개 이상, 부품과 기계를 위주로 하는 상가 1개가 들어선 서부전자상권의 고객유인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침체한 전자경기가 낳은 미분양과 입점률의 저조다. 개장 70여일이 넘은 국제전자센터가 현재 65%의 입점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 서부전자상권 전체적으로 70%선에 이르는 분양률이 전자상권 자체를 과대평가하게 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서부전자상권의 각 상가는 집객을 위한 상가별 특화작업을 통해 입주상인을 유인해야 한다. 전문상가로서 이미지를 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품과 컴퓨터, 통신 등에서 자신하는 부문을 지역특성에 맞게 조합하는 상가얼굴이 필요하다. 분할구도만을 믿고 안주하다간 동부상권의 테크노마트21이나 남부상권인 국제전자센터에 고객을 빼앗길 우려가 있으므로 다핵화된 상가의 특화된 전략이 무엇보다 시급히 요청된다.

여기에 집객요인의 가장 큰 핵으로 대두되는 테마타운 조성도 뒷받침돼야 한다. 일반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이라면 볼 거리 제공과 함께 쉼터의 마련은 필수요소다. 기존 상가의 경우 쇼핑만을 목적에 두고 빼곡히 매장만 들어찬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상가는 테마가 필수적이다. 쇼핑공간으로서뿐만 아니라 생활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부전자상권 내에서 뚜렷한 테마가 주어진 상가는 없다. 일정부분 게임장과 휴식시설을 테마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큰 특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제일제당 영상단지가 구로동에 들어서면 이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인근상가의 주요테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역시 전체상권 분할구도를 놓고 볼 때 테마면에서 가장 취약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상가는 자생한다. 자생의 기간까지 성장의 버팀목이 돼주는 요소들이 상가별 특화전략이고 테마타운 조성이다. 점포 수나 규모 면에서 융성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서부전자상권의 과제는 초기 집객을 위한 과감한 투자다. 인구과밀 지역을 상권에 포섭하고 있는 만큼 지역특성을 살려 영업활성화를 유도하는 간접적 지원요소들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침체한 전자경기가 살아나는 그때를 위한 준비가 서울 서부전자상가들의 가장 큰 화두다.

<이경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