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와 한국영화학회가 공동주최한 세미나 「한국영화 정책의 현안과 대안」이 지난 14,15일 이틀간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렸다.
영화계 인사 4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영화진흥법 시행령 개정방향, 영상진흥기구 운영, 대기업의 영상산업 진출, 영화진흥재원 확보방안 등 우리영화 정책의 현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날 세미나의 첫 주제발표자로 나선 동국대 민병록 교수는 「영화진흥법 개정에 따른 동법시행령 개정방향()」에서 『개정된 영화진흥법이 현행법의 소형 단편영화에 대한 심의면제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대통령이 정하는 경우에만 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시행령에서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민 교수는 『일반극장에서 상영하는 단편, 소형영화는 심의 대신에 예술영화 전용관이나 대학에서 상영할 경우 심의를 면제하도록 규정해야 하며 국제영화제 상영작도 심의면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으로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정 영진법에서 도입한 영화등급 심사제도와 관련해 상명대 조희문 교수는 「영화진흥법 개정에 따른 동법시행령 개정방향()」에서 『등급부여를 보류한 영화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심의대상은 과도한 성적 표현이나 폭력, 헌법의 기존질서에 명백하게 위반하는 경우 등 국가 정체성이나 가치관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화로 한정하고 그 이외에는 영화계의 자율적 여과 또는 이해 당사자의 권리보호 노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영화진흥재원 확보방안도 집중 논의됐다. 특히 비디오테이프에 영화진흥기금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앞으로 이에 대한 비디오업계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날 토론의 참석자들은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등과 같이 비디오 판매 및 대여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5%의 세율만으로도 연간 1백50억원의 영화진흥기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이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우리 영화 전용관 육성을 위해 연간 5분의 3 이상 우리나라 영화를 상영하는 전용관에는 문예진흥기금을 되돌려주는 등 다양한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외국영화에 10%,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성인 폭력영화에는 15%의 진흥기금을 부과해 연간 1백억원 이상의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영화진흥공사의 발전방안에 대해서는 종합촬영소 완공을 계기로 국제 영상산업의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용인대 김창유 교수는 『현재 영진공 인력으로 거대규모의 서울 종합촬영소를 효율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면서 두뇌집단의 양성을 가장 큰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서울종합촬영소의 구성장비나 우선 선호기술이 국내 영화영상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크다는 전제하에 『미국의 「SMPTE(Society of Motion Picture and TV Engineers)」나 「ASC(American Society of Cinematographers)」 등을 모델로 연구부서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영상인력 양성과 관련해 기술서적 발간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활발히 진행하고 현행 영화아카데미를 2년 또는 3년 과정의 단설 대학원으로 독립시켜 교육내용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호남대 복환모 교수는 「한국영상자료원의 발전방안」에서 『심의 합격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문체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는 법정 납본제도와 관련해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극장상영을 마친 필름이나 프린트된 지 오래된 필름을 납본할 경우 보존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자료원 납본필름은 반드시 새로운 프린트를 제출토록 명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 교수는 또한 『복제, 복원시설을 갖춘 필름보관센터의 설립과 국제간의 영화자료를 연구할 전임연구원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며, 영상문화재의 꾸준한 수집, 완벽한 보존,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이 국립기관으로 승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의 영상산업 진출과 관련, 서울예전 강한섭 교수는 『대기업을 제작부터 배급, 유통까지 전담할 수 있는 종합 영상사업체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강 교수는 『정부가 대자본에 의한 영상산업의 수직적 통합을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배급, 흥행부문에서의 이익이 제작자본으로 순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견제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화산업과 방송산업간의 공조체계를 심화시키기 위해 대기업의 영화산업 참여범주에 지상파방송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함께 독립영화 전문제작사의 권리를 보호해주기 위해 방송사나 대기업과 맺는 계약조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돼 영화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제작투자회사가 배급망의 담보를 조건으로 일방적으로 투자회사에 유리한 불평등 계약을 요구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제작의 합리적인 표준단가와 저작권 내용 등을 포함하는 표준계약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영화배급업 개념을 도입해 제조업에 준하는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유통을 현대화하고 관련시장을 계열화하는 정책연구에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돼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