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유통 정순희 사장
『컴퓨터업계에는 많은 여성인력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프로그래머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 여성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산소모품 전문유통업체인 영진유통의 정순희 사장(32세)은 여성들이 컴퓨터업계의 진출을 희망하면서도 장사꾼(?)이 되는 유통업계는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유통업계야말로 여성들의 사회진출 및 성공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정사장은 용산 선인상가 21동 4층에 위치한 1백80여개 입주업체 사장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정사장이 경영하고 있는 영진유통은 디스켓, 보안기, 키보드 등 전산소모품 취급 품목만 1백여가지에 이른다. 지방딜러만 전국에 25개를 확보하고 있는 중견 컴퓨터소모품전문유통업체이다.
『컴퓨터유통 사업은 우연하게 이루어졌지만 저의 적성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 91년까지 농협에 근무했던 정사장은 그해 불의의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후 곧바로 남편의 기업을 이어받아 전산소모품 유통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사업을 갑작스럽게 맡음으로써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영진유통 1호 점을 개설한 후 기존 물품 거래업체들이 대부분 떨어져 나가는 것은 물론 매출액이 급감하고 더욱이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품공급처를 찾지 못해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정사장은 이같은 상황에서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꼼꼼함을 바탕으로 신용도를 높이면서 점차 거래업체를 늘려 나갔다.
여성 장사꾼(?)하면 흔히 억척스러운 이미지를 갖지만 정사장은 정 반대로 여린성격과 옆집 아줌마와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갖고 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여린 성격으로 어떻게 용산에서 매장을 운영하는지 의아해하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지만 정직하고 순수한 장사꾼은 장소에 상관없이 대접을 받는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용산 전자상가하면 흔히 무자료거래, 덤핑, AS부실의 오명이 따라다니고 있어 안타깝다』며 『지난 91년부터 7년동안 용산 상인들과 함께하면서 극소수 상인을 제외하곤 대부분 정직한 사업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선인상가의 「난 여성」으로 불리고 있다. 「일을 벌이는 여성」으로 통하고 있다. 영진유통은 정사장의 남편이 운영할때보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했다. 거래처도 1.5배로 늘어났으며 매출액도 2배이상 신장했다고 한다.
그녀는 장기적인 컴퓨터유통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대전, 청주 등에 지사를 설립하는가 하면 신규 유통품목을 대거 도입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컴퓨터테이블 공CD등 20여개 품목을 늘려 현재 1백50여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올 하반기에는 각종 CD타이틀을 도입해 자체 유통망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