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덱스쇼, 컴퓨텍스, CeBIT, 비즈니스쇼는 각각 미국, 대만, 독일, 일본을 대표하는 컴퓨터, 정보통신 전시회다. 80년을 전후해 창설된 이들 전시회는 자국은 물론 세계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했다. 「한국컴퓨터, 소프트웨어전시회(SEK)」도 당당히 한국을 대표하는 전시회로 지난 10년을 이어왔다.
87년 전자신문사의 전신인 전자시보에 의해 창설된 SEK의 창설 당시 명칭은 「한국소프트웨어전시회(the Software Exhibition of Korea)」였다. 그러던 것이 92년 6회 때부터 현재의 한국컴퓨터, 소프트웨어전시회(the computer/Software Exhibition of Korea)가 됐다.
SEK가 소프트웨어 전문전시회를 표방한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당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는 하드웨어에 부속되거나 끼워주는 개념으로만 여겨졌고 별도의 독립적인 산업 실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EK는 87년 3월 일진전자, 텔레비디오코리아 등 26개사 1백20여점이 출품된 가운데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회관에서 당당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행사에 대한 각계 관심도 대단해 개막식에 권원기 과기처차관, 홍성원 청와대경제비서관, 유기정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유명인사가 대거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88년 2회 때부터 SEK의 주가가 급부상,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통신, 현대전자, 한국IBM, 한국데이타통신 등 당시 컴퓨터산업을 주도하던 주요기업들이 모두 출품했다. 이때부터 SEK는 한국정보처리전문가협회가 실시해온 한국소프트웨어공모전과 통합, 외형적으로 규모가 한층 커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판 「MS-DOS3.2」 등이 관심을 모은 제품들로 기록돼 있다.
장소를 KOEX로 옮겨 치러진 SEK89에는 81개사가 6백50점을 출품, 행사 자체가 국제규모로 확대됐다. 체신부가 정식으로 이 행사를 주관하게 됐으며 개막식 때 장관이 참석하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행사로서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위상이 격상되는 계기를 마련한게 된 셈이다. 「한음회계」, 그래픽워드프로세서 원조 「한글2000워드」등이 출품됐다.
SEK90은 참가업체가 1백39개사, 출품작도 1천점이 넘는 등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데이콤 등 공중망네트워크사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바로 SEK90이었으며 한국IBM의 「카운셀러」 등이 출품돼 주목을 받았다.
5회 때부터 출품동향이 PC와 패키지 위주로 바뀌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이때부터 국내 컴퓨터환경도 데스크톱이 주류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또 SEK91을 계기로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통신, 현대전자, 삼보컴퓨터 등 이른바 「PC메이저5」를 형성하게 된다.
이같은 변화는 6회째인 SEK92에서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한국IBM의 「OS/2」 한글판을 비롯해 한국정보의 「K-DOS」 등 PC용 운용체계가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
SEK93에서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 「제1회 윈도우월드전시회」가 창설돼 함께 치러졌다. 「한글윈도우3.1」이 이때 발표됐으며 한글과컴퓨터가 「한글2.1」을 발표, 엄청난 반응을 몰아왔다. SEK93부터 업계와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SEK가 1년 동안 개발한 제품을 발표하는 행사」로 자리잡게 된다. SEK94는 사상최대인 2백82개사가 출품, 절정을 이뤘다. 관람객도 19만5천명을 기록, 국내 단일전시회로서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뚜렷한 출품경향은 멀티미디어였다. 이때부터 업계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SEK를 한국을 대표하는 컴퓨터전시회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었고 주최측도 행사 운영방식을 크게 보완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하는 단안을 내렸다.
SEK95는 국내에서 윈도환경의 급성장과 함께 인터넷의 부상이라는 추세를 잘 대변한 행사였다. 주최측이 양적 확대보다 내실을 기한다는 방침에서 출품업체를 일부 제한했지만 그 영향력은 어느해 보다 큰 전시회로 평가받았다. 또 이때부터 한국에서 처음으로 타블로이드판 전시출품 소식지 「SEK월드」를 36면씩 2회 발행, 전시회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SEK96은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회장, IBM의 루 거스너회장, 인텔의 앤디 그로브 사장, 오토데스크의 캐롤바츠 회장, 노벨의 프랑켄버그회장 등 세계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하는 명사들로부터 개막 축하메시지를 받는 등 셰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SEK97은 이제까지 별도로 열리던 국내 유일의 윈도 전문전시회인 「제5회 윈도우월드전시회」와 다시 통합,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컴퓨터, 정보통신 행사로서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의 황제인 빌 게이츠회장이 초청돼 개막 기조연설을 하는 것도 국내 전시회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