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0);아이네트

도전과 응전 그 현장을 가다 (8)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현상유지」만을 추구하는 업체의 생존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나 후견역할을 해줄 특별한 계열사 없이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한 벤처기업들은 남보다 먼저 변화의 추이를 감지하고 그 변화를 유도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벤처기업들은 출발시점부터 「모험」이란 짐을 스스로 짊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서비스업체인 아이네트(대표 허진호)는 단순히 변화를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표적인 벤처기업이다.

94년 8월 국내 제1호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문을 연 아이네트는 창업 이후 3년동안 매출액이 연평균 3백% 이상 급신장했다. 한국통신, 데이콤 등 대형 통신사업자들과 대기업들을 제치고 인터넷사업 부문에서 줄곧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아이네트는 올해를 흑자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내년에는 장외시장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아이네트가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것은 남보다 빨리 「인터넷」이란 단어의 잠재성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90년대 초 허진호 사장은 인터넷 상용서비스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준비에 착수했다. 94년 8월 삼보의 도움을 받아 한국과학기술원 출신 후배 2명을 포함해 6명이 자본금 4억원으로 아이네트기술을 설립했다. 남다른 밑천이라면 83년부터 국내 인터넷 연구망을 구축했던 경험과 기술력뿐이었다. 변변치 못한 시작이었지만 아이네트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남보다 한발 앞선 사업전략으로 시작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월드와이드웹 서비스를 소개했으며 많은 고정 방문객을 확보하고 있는 온라인 콘텐트인 아이월드 역시 다른 국내 업체보다 한발 앞서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어 다양한 이벤트의 인터넷 실시간 중계는 물론 MBC, YTN 등 공중파와 케이블TV의 인터넷 중계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인터넷을 통한 국제바둑서비스, 웹매거진 이미지 등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 초기 1천여명에 불과했던 가입자가 96년 2월에는 2백여 기관가입자와 6천여 개인가입자로 늘어났으며 현재는 8백여 기관가입자와 2만5천여 개인가입자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매출액도 95년 2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이보다 4백% 성장한 8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2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전력, 경방, 태영, 한미은행 등이 새로운 투자자로 참여해 자본금도 43억원으로 늘어났다.

사업영역도 단순한 접속서비스에 만족하지 않고 콘텐트 플랫폼 서비스, 인터넷 광고, 전자결재, 보안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

아이네트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 인터넷 비즈니스 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 전문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업가입자들이 전용망처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상사설망 서비스, 인터넷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신규 ISP들에게 회선은 물론 토털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NSP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 AIH, 데이콤 등과 공동으로 AIH코리아를 설립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백본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내에 인터넷폰 서비스 추진전담팀을 설치, 인터넷폰 관련 시스템의 성능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10월부터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넷폰 시범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상용 인터넷 실무통상협의체인 APIA에 적극 참여해 다양한 인터넷 사업의 공동추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인터넷 웹플랫폼인 아이월드를 통해 본격적인 전자상거래, 웹광고 등을 선보이고 이 서비스를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이네트는 오는 2000년 1천억원의 매출을 달성, 인터넷 기반의 종합통신사업자로 커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아이네트의 이같은 꿈이 현실로 나타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형 통신사업자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인터넷 시장에서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아이네트가 어떻게 자리매김을 해나갈 것인지, 과연 현재의 위치를 고수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허 사장은 『국내 인터넷 비즈니스가 완전히 대형화하기까지는 2∼3년의 여유가 있다』고 전망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네트는 한글과컴퓨터, 두인전자 등 벤처기업과는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 현재 자본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 삼보를 에인절투자자가 아닌 전략제휴 개념의 벤처캐피털로서 활용,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것. 창의와 도전을 바탕으로 하는 벤처 특유의 기업문화는 유지해나가겠지만 소유권 자체에 연연해 「변화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 아이네트가 추진하고 있는 케이블모뎀 시범서비스, 위성인터넷 서비스 등은 이같은 사업추진의 하나다. 아이네트는 이외에도 많은 기업들과 다각적인 제휴를 통해 인터넷사업자로서의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다.

허 사장은 이와 관련, 『경영자로서 아이네트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면서 공동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대형 통신사업자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 벤처기업의 일천한 역사를 고려할 때 아이네트가 앞서가는 벤처기업으로서 국내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한때 뉴스를 만들어냈던 벤처기업으로 기억에만 남게 될지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그러나 오늘의 인터넷 신화를 만들어낸 아이네트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아이네트의 미래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인터뷰] 아이네트 허진호 사장

『아이네트의 성공은 사원들의 남다른 열의 덕분입니다. 아이네트인들의 평균연령은 고작 27세입니다. 사원들의 패기와 일에 대한 열정이 오늘의 아이네트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한 지 3년도 못된 신생기업임에도 불구,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아이네트 허진호 사장은 망설이지 않고 직원들에게 공로를 돌린다. 정보통신부문 인력의 높은 「주가」에도 불구하고 아이네트의 이직률은 95년 1%, 지난해에는 3%에 불과했다는 것.

때문에 시작할 당시의 벤처정신이 퇴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직원이 1백50명으로 늘어나면서 최근 부서간 손발이 맞지 않거나 간단한 일도 신속히 처리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는 조직이 일정한 규모로 성장하면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죠. 아이네트는 아직도 벤처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이 많고 그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조직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허 사장은 이제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만큼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구성원들에게 활력을 주기 위해 조직을 개편중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네트는 최근 인터넷폰과 무료 인터넷서비스와 관련 각각 별도의 팀을 구성했습니다. 대기업처럼 이름만을 바꾼 팀이 아니라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탄력적인 조직이죠. 이 팀제를 활성화해 새로운 도전을 유도하는 조직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허 사장은 또 『인터넷팩스, 가상사설망 서비스 등 이용자들에게 직접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부가서비스의 보급이 늦어짐에 따라 올들어 인터넷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올해는 아이네트의 외형 키우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치중, 흑자를 시현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2년 후인 99년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본격적인 인터넷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허 사장은 벤처기업을 꿈꾸고 있는 후배 경영자들에게 『한꺼번에 많은 성과를 거두려고 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충고하고 싶다』며 『단순히 기술자적인 시각에만 그치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다른 기술을 가지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 기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비즈니스화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허 사장의 이같은 충고가 누구든지 손쉽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허 사장의 포부와 어떻게 접목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