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문화 풍속도의 상징인 카페에도 인터넷 바람, 사이버 붐이 일고 있다.
70년대 젊은이들이 삶의 피로를 털어냈던 곳은 주점이었다. 이들을 짓눌렀던 억압적 사회 분위기는 「맑은 소주 한 잔」에 씻겨져 나갔고, 지친 심신은 막걸리 한 사발에 원기를 회복했다.
최루가스 얼룩졌던 80년대 역시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고뇌와 방황을 풀던 곳은 주로 주점이었다. 대학가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식당 혹은 주점에서는 언제나 다듬어지지 않은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고 떠들썩한 실내는 당시 식당들의 공통점들이었다.
하지만 80년대 말에 접어들면서 선술집 대신 많은 클래식 서구 레스토랑들이 선을 보였고 젊은이들 중에도 소주보다는 맥주를, 주점보다는 서구식 카페나 레스토랑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90년대의 서구화 물결은 대학가 주변의 카페를 더욱 현란한 음악과 장식으로 바꾸어 놓았고, 수업 중 비는 시간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은 산뜻하게 단장된 카페에서의 잡담으로 채워졌다. 카페는 사람을 만나 잠깐의 피로를 털어내고 얘기를 나누는 곳으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2000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카페와 레스토랑은 또 한 차례 변화를 겪고 있다. 자욱한 담배연기와 떠들썩한 잡담으로 가득했던 카페는 이제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식탁이 놓여졌던 카페 한편에는 컴퓨터가 자리를 잡았고, 떠들썩한 잡담보다는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진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생각에 심취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 네티즌과 무언의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도 많다.
휴식만이 아닌 새로운 컴퓨터 학습의 장으로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대학가 주변의 경우 수업이 비는 틈을 타 시간을 때우거나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 리포트를 작성하는 학생들도 자주 눈에 띈다.
과거 어둠침침했던 실내 조명은 환하게 밝혀진 곳이 대부분이다.
카페의 모습과 성격이 이처럼 변화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전세계적인 인터넷 열풍. 온 나라에 불어닥친 인터넷의 열기를 타고 지난해부터 인터넷 카페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에는 이같은 인터넷 카페들뿐 아니라 「매직까페」나 「인터넷세상(www.iworld.co.kr)」 등 시스템 설치업체들을 중심으로 체인망을 갖춘 인터넷 카페체인점까지 선보일 정도이다.
특히 인터넷 카페 체인점의 경우 젊은층의 취향이 인터넷 선호쪽으로 흘러감에 따라 업체들의 가맹문의가 이어지는 등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일반 카페를 인터넷 카페로 변형시켜 새 고객유치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서 선보인 인터넷 카페의 수는 총 35개. 지방의 경우 전용선이 지원되지 않는 곳이 많아 이 중 25개가 서울에 있고 나머지 10개만이 서울외 지역에 소재한다.
종로에 위치한 「네트(www.net.co.kr)」를 비롯해 신촌 연대근처의 「인터게이트(www.inet.co.kr/intergate)」와 「웹스페이스(www.webspace.co.kr)」, 대전의 「인터플라워(www.icafe.co.kr)」 등은 네티즌들 사이에 이미 널리 알려진 인터넷 카페들이다.
이들 인터넷 카페의 공통점은 펜티엄컴퓨터와 고속 전용선을 설치, 언제 어느 때라도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가 교대 전철역 근처에서 운영 중인 인터넷 카페 「넷스페이스(www.software.or.kr/cafe1.html)」의 경우 T1급(1.5)의 초고속 전용회선을 설치, 빠른 인터넷 여행이 가능하다.
인터넷 이용요금의 경우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회원으로 가입, 월 2만~3만원의 이용료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인이 이용할 경우 대부분이 1시간에 3천원 정도의 요금을 받고 음료 이용객에 한해 1시간은 무료로 이용토록 하는 곳도 있다.
휴게공간은 전용회선의 속도와 더불어 요즘 인터넷 카페의 새 경쟁요소로 부각되고 있는데, 간단하게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에서부터 식사와 간단한 주류까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곳 등 다양하다.
이에 따라 인터넷 접속을 주내용으로 하고 간단한 휴게공간을 덧붙였던 기존 인터넷 카페들과 달리 일반적인 휴게공간에 인터넷 시설을 추가하는 업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인터넷아이디어뱅크(대표 조호행)와 가맹점 계약을 맺고 이달초 새롭게 문을 연 인터넷 카페체인 「매직까페 연대점」(대표 강정희)은 기존에 운영중이던 카페에 과감히 투자해 인터넷시설을 설치, 하루 30만~40만원의 매출증가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현재 「넷스페이스」에서 도우미를 맡고 있는 장동국씨(25)는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카페라는 의미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카페에 음악이 필수요소인 것처럼 사이버시대에는 인터넷이 카페의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