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PC업체들 잇따른 사업중단으로 국내 사용자 피해 우려

연초 싱가포르 IPC사의 국내 현지법인인 한국IPC가 부도로 사실상 국내 영업을 중단한데 이어 최근 미국 패커드벨NEC의 PC를 국내에 공급해 온 한국팩커드벨NEC가 폐업해 또다시 컴퓨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외국업체들의 사업중단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이들 업체들의 제품을 구입한 국내 소비자들의 외산 PC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외국 PC업체들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국팩커드벨NEC의 사업중단은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극심한 PC의 판매부진으로 자금악화가 심화된데 따른 것으로 현재 패커드벨NEC의 국내 제품공급은 전면 중단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패커드벨NEC 제품의 국내 공급은 한국패커드벨NEC가 설립된 이후부터 상당부분 차질을 빚어왔다. 패커드벨NEC 제품의 국내 공급권을 둘러싸고 한국팩커드벨NEC와 기존에 이 제품의 국내 공급을 담당해왔던 피비코리아가 적자 시비로 잡음과 마찰을 끊임없이 야기시켜 왔으며 이로인해 애프터서비스 미비 등으로 국내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 표출되기도 했다. 결국 양사간의 합의 하에 올초 한국팩커드벨NEC로 제품의 국내 공급 창구를 단일화하면서 한국팩커드벨NEC가 미국 패커드벨NEC의 제품에 대해 애프터서비스(AS)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따라서 이같은 합의가 이루어지고 영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지 몇 달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한국팩커드벨NEC의 사업중단은 지금까지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온 소비자들의 피해는 물론 국내에 진출한 외국PC업체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태지역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싱가폴 패커드벨NEC는 이번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AS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적인 브랜드 지명도를 기반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외국PC업체들이 이번 일로 한국 소비자들부터 더욱 외면을 당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서는 올들어 불황의 여파로 PC의 판매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악재가 겹쳐 외국PC업체들은 한국내에서의 영업활동이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도 표출되고 있다.

한국IPC에 이은 한국팩커드벨NEC의 영업중단 사태가 경기침체와 맞물려 앞으로 어느선까지 확대될 지 알 수 없으나 이같은 외국 PC업체들의 부도 및 판매중단으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