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국내에 상영된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사운드 트랙은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뮤지션들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와 사운드 트랙의 성공으로 그동안 몇몇 애호가들에 의해서만 사랑받던 이기 팝이 화려하게 일반대중에게 소개된 것이다. 이기 팝은 사실 70년대의 글램 록과 펑크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와 늘 비교되던 데이비드 보위만 하더라도 80년대 이후 상업적인 면모를 과시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졌지만 이기 팝은 아직도 언더그라운드 범주에 속하는 편이다.
팝의 본명은 제임스 주얼 오스터버그로 미시간주에 태어났다. 그는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 밑에서 이동주택을 전전하며 살았다. 10대였던 69년에 이기 스투지라는 예명으로 5인조 그룹 「스투지스」를 결성하는데, 이 밴드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작품은 소장가들로부터 좋은 컬렉션 목록으로 평가받았다. 그룹 스투지스와 솔로시절의 팝은 괴팍한 무대매너로 많이 알려졌다. 또한 그는 그로테스크한 외모 덕에 영화에 악당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는데 영화 「크로우2」를 본 이들이라면 그를 기억할 것이다.
약물로 얼룩져 있던 그의 청춘에 동아줄 역할을 한 이는 그와 가장 닮은꼴인 데이비드 보위. 특이한 전위음악에서 수준높은 대중음악의 가교역할을 하게 된 보위는 그에게 「The Idiot」 「Lust for Life」 앨범을 제작해줬고, 이 앨범들은 팝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트레인스포팅」의 주인공 렌튼이 온갖 수모와 비참함을 겪고 보통의 청춘으로 돌아갈 결심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생에 대한 욕망(Lust for Life)」 때문이었던 것처럼 팝도 피폐해진 삶을 추수리고 다시 음악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
「Lust for Life」는 20년 전에 발매된 앨범이지만 영화의 성공으로 인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국내에도 그의 음반이 처음으로 발매됐다.
영화 사운드 트랙을 통해서 맛만 보았던 일반인들은 이제 펑크의 대부 이기 팝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이 앨범은 특별히 싱글 히트곡을 노리고 만든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Lust for Life」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곡이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미아·팝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