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벤처기업이 뛰고 있다 (11);C&S 테크놀로지

C&S테크놀로지(대표 서승모)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회사다. 그것도 영상 전화기, CDMA, 고속 무선호출기 등 최근들어 가장 각광받는 첨단 정보통신용 핵심 칩들만 골라서 만드는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이다.

지난 93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5년째인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0억원 정도. 통상 다른 성공 벤처기업들이 설립 5년 정도면 매출 1백억원대를 쉽게 넘어서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빠른 성장은 아니다.

하지만 C&S테크놀로지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이 회사는 올해 1백1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그동안 개발해온 각종 칩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는 내년에는 무려 1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야심 만만한 회사다.

얼른 듣기에 1천억원대의 매출 목표가 쉽게 믿기진 않지만 그만큼 시스템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서 「칩」이 갖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크다. 핵심 칩이 개발되고 이것이 상용화 될 경우 이 조그만 칩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이익과 기술적 파급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는 인텔과 퀄컴, 그리고 LSI로직과 씨큐브 등과 같은 세계적인 칩 설계 전문업체들의 현재 모습을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지금까지의 5년은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기업이나 중소업체들로부터 반도체 개발을 의뢰받아 이를 만들어 주는 ASIC 용역 사업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날품을 팔아 번 돈」 전부를 자체 브랜드 칩 개발에 투자했고 결국 그 성과물들이 이제야 하나씩 빛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 93년 삼성전자 특수 메모리 개발팀장을 그만두고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단돈 5천만원으로 회사를 차린 서승모 사장은 지난 5년간의 고된 개발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C&S 테크노로지가 그동안 개발한 각종 칩들을 직접 꺼내 보이며 설명해 갔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저전력 저전압 16비트 마이크로프로세서와 저전압 초고속 32비트 RISC 프로세서를 개발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컨트롤러 분야에서는 VCR 컨트롤러, 스마트 카드 컨트롤러, 리모컨용 MCU, 모니터 컨트롤용 MCU 등 수십여종의 기술을 개발했다.

C&S테크놀로지의 전문 영역인 정보통신 분야에선 이들의 개발 저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 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선호출기용 단일 칩은 기존의 3∼4개 칩을 하나로 집적시켜 초소형 호출기의 탄생을 가능케 했고 핵심 칩 가격 또한 개당 8달러에서 4.5달러 수준으로까지 낮출 수 있었다.

C&S테크놀로지의 칩 개발 행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 회사는 최근 영상과 음성 데이터를 동시에 압축해 전송함으로써 자연스런 동영상을 구현하는 영상전화기용 프로세서도 개발, 현재 세계 최초로 이의 양산을 준비중이다. 그리고 조만간 상용화될 무선가입자망(WLL)용 핵심 칩도 이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이처럼 C&S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칩들 대부분은 그 앞에 세계 최초라는 말이 항상 따라 다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천 기술에 속하는 칩은 개발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누가 먼저 이를 상용화시키느냐가 핵심이다.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기술 수준이 아니면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것이 이 분야의 속성이다.

칩 설계 산업이 지닌 또 다른 특징중에 하나가 시스템 기술과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이 회사 이름 앞에 「칩스(Chips) & 시스템(System)」의 약어인 「C&S」가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C&S테크놀로지와 같은 국내 중소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계속 고전을 겪은데는 국내 시스템 업체와 칩 설계 전문 회사들간의 기술적 교류 및 이를 통한 공조체제 구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최근 터져나온 WLL 칩 개발의 성공은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였다. WLL 시스템의 개발은 정보통신부의 국산화 정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프로토콜 개발, 그리고 C&S테크놀로지의 핵심칩 개발 및 제조 업체들의 장비 개발이 한데 어우러진 합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C&S테크놀로지와 같은 반도체 설계업체와 국내 시스템 생산 업체들이 힘을 합친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고 차세대 시스템에 들어갈 핵심 칩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함으로써 그동안의 「반쪽짜리 국산화」가 아닌 「진정한 국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게 했다.

그래서 C&S테크놀로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겪어온 어려움이 최소한 정보통신용 칩 분야 만큼은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기술 수준을 보유하기 위한 하나의 단련 과정이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결과, 이달 말이면 C&S테크로로지의 상표가 선명히 찍힌 무선호출기용 칩과 영상전화기용 칩들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칩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공급되며 최근 개발한 WWL 칩 역시 내년쯤에는 양산될 예정이다. 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해의 1백억원과 내년 1천억원대의 매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게 회사측의 주장이다.

퀄컴, 모토롤러와 같은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통신기기용 칩 메이커들도 황금 밭으로만 보이던 한국 시장에 최근 C&S테크놀로지라는 뜻하지 않았던 적수가 등장한데 대해 적지않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C&S테크놀로지가 지닌 성공 잠재력은 이러한 매출 달성의 가능성이 아니라 이들의 끊이지 않는 개발 의지이다. 이 회사는 현재 통신 기술의 꽃이라고 불리는 공중육상 이동통신 시스템(FPLMTS) 핵심 칩과 초고속 영상통신용 프로세서 등 이들에게 연속 안타를 안겨줄 비장의 무기들을 준비중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칩 설계 전문 회사로 올라서겠다는 C&S테크놀로지의 꿈이 현실로 다가올 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은 꿈이 실현된다면 전세계 시스템 시장이 우리의 황금 밭으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상돈 기자>

C&S테크놀로지의 주요 보유 기술

▶ 마이크로프로세서 및 MCU 분야

-CDP, OSD, CATV, VCR, PC Chip Set 컨트롤러 - 스마트 카드, 팩스, 리모컨, 모니터 컨트롤러

- 16비트 마이크로 프로세서(i80186 호환)

- 초고속 32비트 RISC 프로세서(ARM60 호환)

▶ 디자탈 신호 처리 분야

- 고속 및 초고속 16비트 DSP 코어

- H.324 모뎀용 DSP

- 디자탈 통신 단말기용 Vocoder

- 음원, 음성합성, 음성인식 DSP

▶ 통신단말기 및 기지국 분야

- POCSAG 및 FLEX 디코더 무선 호출기용 단일칩

- IS-95 CDMA PCS/Cellular 칩 세트(단말기용)

- W-CDMA PCS/WLL 칩 세트 (기지국 및 단말기용)

- W-CDMA LMCS/FPLMTS 칩 세트

- H.324 비디오 폰 프로세서

-4Mbps 무선 LAN 모뎀용 칩

[인터뷰] 서승모 C&S테크놀로지 사장

『단군신화를 보면 곰이 한 어여쁜 여인으로 변하는 애기가 있습니다. 컴컴한 동굴에 갇혀 마늘만 먹으며 1백일간을 참고 견뎠기 때문이죠. 이러한 인내의 시간이 없었다면 어떻게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 회사 또한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왔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을 단순히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한 운 좋은 회사 정도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C&S테크놀로지를 이끄는 서승모 사장의 생각이다. 그래서 「돈이 된다니까, 혹은 첨단이니까 무조건 해보자」는 식의 벤처기업 창업은 일단 말리고 싶은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를 참고 견딜 수 있는 마음가짐부터가 모험 기업을 해나갈 사람들의 기본 자세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분야만 하더라도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데는 최소 3∼4년은 걸립니다. 이 기간 중에는 돈 한 푼 제대로 못벌고 끊임업이 투자만해야 하는데 확실한 성공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이를 참고 견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C&S테크놀로지가 이러한 시련의 기간을 거칠 때 직원 중 몇사람은 너무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이혼 지경에까지 간 경우도 있었고 또 몇 사람은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이러한 C&S테크놀로지의 노력들은 이제 하나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들은 지금 동굴에서 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를 우리는 새로운 도약의 시기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반신반의하던 국내 시스템 업체들도 이제 C&S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다양한 칩 설계 분야들 중 정보통신 영역만을 특화시켜왔고 그 결과 이 분야에서 만큼은 다른 어떤 업체들과도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우리만의 노하우을 개발해 냈기 때문이지요.』

자신들만의 전문 영역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기 위해 꾸준히 참고 견딜줄 아는 인내력과 투지가 지금의 C&S테크놀로지를 있게 한 원동력임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칩의 개발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선도해 갈 수 핵심기술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갈 자신이 있으며 실제로도 그럴 생각입니다.』

5년전 이 회사를 세우며 칩과 시스템 기술은 결국 하나일 수 밖에 없다는 뜻으로 「C&S(Chip & System)테크놀로지」라 이름 붙인 서승모 사장은 회사가 이름 값(?)을 할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주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