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사회와 보편적 서비스

나운환 재활정보센터 소장

정보화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수집, 가공,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게끔 지원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정보화는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을 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장애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본래적인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율배반적인 면이 훨씬 많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가 개인의 삶의 질과 직접 연관되어 있는 사회에서도 정보화가 비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외된 계층은 정보화로 인해 오히려 삶의 많은 부분에서 편익으로부터 더욱 소외되어 삶의 질의 저하뿐 아니라 기본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의 균등화, 평등성(Equalization)을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우리 사회에서도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해 사회참여에 제한을 받고 있으며 정보화의 진전도 그들에게 또 다른 장애를 주게 되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사회로부터 점점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가 앞선 외국의 경우에는 장애와 노령,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정보사회에 접근이 어려운 자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규정하고 있어 모든 국민들이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3년 국가정보화정책(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NII)의 행동계획(Agenda for Action)에서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컴퓨터기기의 보편적 설계와 보편적 서비스를 확장하여 국민들의 정보욕구에 근본적으로 공평하게 대응하며 국민이 정보와 통신의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양분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유럽이나 일본도 이러한 이념을 정보화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7년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다. 일반적으로 보편적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장애로 인해 컴퓨터의 키보드나 마우스에 접근하지 못하는 자들을 위해 대체 키보드나 스위치, 음성인식장치, 눈응시시스템(Eye Gaze System) 등을 통해 남아 있는 신체부위의 잔존능력을 활용하여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지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 설명서나 안내서는 점자화나 확대 출판하여 시각장애인이나 노인들도 볼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문자해독률이 낮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 혹은 영상 설명서를 만드는 것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과 같은 소외계층들이 정보화에 접근하려면 기본적으로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서비스가 전혀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도 많은 전산교육장이 있으나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점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정보화를 계획하고 2000년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지만 범국가적인 계획 속에서도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정보사회의 이면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고 정보화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보아야 할 것이다. 정보화와 정보사회는 장애인들이나 소외계층에게도 분명히 「희망의 빛」으로 작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