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판매는 불법 복제물의 천국인가.」 PC통신을 이용한 불법 복제물의 판매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불법복제 판매층이 전문업체에서 일반 가정으로까지 독버섯처럼 퍼지면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부와 공연윤리위원회가 공동으로 이달초 10일동안 PC통신판매 내용을 검색한 결과 1백10건 중에서 33건 가량이 불법복제된 타이틀과 비디오물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게시판 등을 통해 거래되는 통신판매의 30% 가량이 불법복제된 타이틀이거나 비디오물이다.
타이틀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PC통신을 통한 불법복제의 유통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불법복제된 타이틀의 내용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일반 소프트웨어물이거나 낯뜨거워서 볼 수 없는 포르노 CD롬타이틀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일본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포르노 비디오물마저 PC통신상에서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법복제 유통의 온상지」로 자리잡고 있는 PC통신판매의 문제는 또다른 데 있다. PC통신판매의 이용자층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통신판매층이 전문업자에서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일반인들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가 통신판매의 불법유통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검색된 33건 중에서 17건과 접속, 제품을 직접 구입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전문업체이거나 일반인이었다. 일부 중소업체는 공륜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성인용 CD롬타이틀을 통신판매업체를 통해 유통시키거나 일반 가정에서 간단한 복제장비를 갖추고 불법복제하고 있다.
광주의 반도상가에 위치한 판매업체 S사는 공륜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중소업체 T사의 성인용 CD롬타이틀 2종을 PC통신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또다른 사례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H아파트에 주소지를 둔 L모씨는 불법복제된 소프트웨어물을 PC통신을 통해 버젓이 유통시키고 있다.
PC통신을 통해 불법복제물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는 일반인까지 가정에서 간단한 복제장비를 갖추고 불법복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PC통신판매를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현실적으로 없는 탓이다.
PC통신 서비스업체들이 이용게시판에 올라있는 내용 가운데 일부 문제가 있는 내용에 대해선 자율적으로 삭제하고 있으나 불법복제유통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불법복제 유통업자들이 주로 PC통신상의 메일을 통해 불법리스트를 보내고 메일로 연락을 취하고 있어 단속기관 이외에 통신내용을 검열할 수 없어 통신서비스업체들의 단속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 황금만능주의와 함께 소프트웨어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회 분위기가 이같은 불법복제유통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PC통신판매는 건전한 통신판매업체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고사위기로 몰고 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때다. 타이틀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신판매업을 등록하지 않고 PC통신을 이용해 판매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 봐야 선의의 피해자만 낳을 뿐 은밀히 개인간 암거래식으로 이뤄지는 통신유통을 막을 수 없다』면서 『통신범람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주고 불법복제를 범죄시하는 의식이 형성되도록 정부 관계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PC통신을 이용한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기술개발도 뒤따라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