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국산 커피메이커 경쟁력 강화 방안없나

커피메이커라는 문화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90년대 초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 물리넥스 등 외산 가전업계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세워 발빠르게 움직였다.

매출액의 10% 이상을 광고비로 재투자하는 가하면 주소비층인 신세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각종 판촉활동을 벌였다. 또한 원산지를 중국, 말레이지아, 싱가포르 등지로 옮겨 글로벌 생산체제를 갖추고 대형 할인판매점 등에 저가물량공세를 시작했다.

그 결과 외산 커피메이커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선호도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내수시장 점유율 80%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국내 가전업계는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20여개 업체가 앞다퉈 제품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관련 기술의 부족, 낮은 브랜드 인지도, 유통망의 미비, 높은 제조원가 등으로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져 결국 사업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현재 생산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 한불 등을 포함한 몇몇 업체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업체들에 시장을 내주고 있다.

최근 가전업계와 관계부처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얼마전 「소형가전산업의 발전방향과 전략」이라는 연구주제하에 국산 커피메이커의 문제점 및 대응방향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우선 고급화된 국산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내구성이 강한 유리포트와 수명이 오래가는 영구필터 개발 △가열 및 데움 온도를 적절히 유지시켜주는 히터 및 제어회로의 기술력 보강 △원두커피분쇄까지 가능한 복합기능의 개발 △대용량 일변도에서 벗어나 용량의 다양화 등이다.

두번째는 디자인 강화를 들고 있다. 소형가전의 구매특성상 디자인이 선택조건의 우선순위에 드는만큼 독특하고 고급스런 이미지의 디자인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이 부분은 초기 투자비용이 수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개발, 정부의 기술 및 자금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산과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원가혁신 부문이다. 부품 개발 및 공용화, 생산라인의 정비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또 생산라인을 중국 등지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사항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외국업체들처럼 해외시장까지 염두해 둔 전략상품을 개발, 수출과 병행한다면 제조단가에서 경쟁력 갖추기는 훨씬 용이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커피메이커 시장을 이렇게 전망하고 있다.

『지금은 보급의 초기단계라 브랜드 위주의 구매가 일어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소비자들이 원산지, 품질, 사용편리성, 사후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선택하는 합리적 구매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국내업체들이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