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 기반 구축사업을 놓고 정부 부처 사이에 의견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29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최근 통상산업부가 초고속정보통신망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른 시일 안에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케이블 위주의 초고속망 구축계획을 케이블TV 전송망 중심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재경원, 정통부 등 정부 부처와 한국통신, 한국전력 등 공기업들 사이에서 치열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산부는 지난달 8일 『케이블TV망을 활용하면 4조원 정도로 초고속정보통신 기반을 구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초고속정보통신망 조기구축방안」을 발표, 정통부의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후 통산부와 한전, 두루넷이 중심이 된 케이블TV망 우위론과 정통부, 한국통신 등의 케이블TV망 불가론으로 나뉘어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통산부는 이 자료를 통해 『정통부의 계획에 의하면 2015년까지 약 32조원을 초고속 가입자망 구축에 투자해야 하지만 광동축혼합방식(HFC)의 케이블TV전송망으로 초고속 가입자망을 구축할 경우 약 4조원이 소요될 뿐이며 기간도 2000년대 초반까지로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과 삼보컴퓨터의 합작회사인 두루넷도 최근 『HFC망으로 하면 5조6천억원으로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어 HFC 방식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건의서를 관계부처에 제출, 통산부를 지원하고 나섰다.
재정경제원도 『케이블TV망을 전혀 배제하고 초고속망을 구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통산부의 문제제기를 일부 수용하고 『케이블 TV망으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도록 케이블TV 전송망사업자에 대한 금융 및 세제지원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초고속망 구축사업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는 『현재의 케이블TV전송망을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초고속망으로 활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통산부의 주장을 일축하고 『케이블TV 전송망은 케이블TV전송에 주력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터넷 등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통부와 한국통신은 특히 『통산부가 현실성이 없는 주장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한전의 기간통신사업 진입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하고 『정통부도 광케이블을 초고속망 구축의 유일한 방안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좋은 기술이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은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유선 케이블TV사업이 퇴조하고 직접위성방송(DBS)이 이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케이블TV 육성정책은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크나큰 정책오류가 될 수 있다』며 정부의 방송정책 전반에 관한 역공에 나서고 있어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케이블TV전송망으로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검증 또는 토론절차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특정지역을 지정해 한전으로 하여금 시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