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 행외생산 산업용 정밀부품으로 확대

그동안 주로 TV, VCR 등 5대 가전제품에 채용되는 범용 부품 위주였던 부품업계의 해외생산이 컴퓨터, 통신, 산전 등 산업용 전자부품 분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부품업체들의 해외진출이 기존의 인건비 절감을 위한 우회생산에서 현지 생산 및 현지 직접판매(현지 수출 포함)로 근본적인 성격이 바뀌면서 범용 가전부품에 이어 산업용 부품업체들의 저임금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삼성, LG, 대우, 현대 등 전자 4사는 물론 중견 전자업체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화 대상품목이 산업용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다 최근 이동통신기기의 가격파괴 등으로 비롯된 산업용 부품의 가격경쟁력 확보가 관건으로 부각돼 이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의 쌍태전자에 이어 최근 산동성의 영성쌍태전자를 완공, 중국내 2곳에 대규모 종합전자단지를 구축한 태일정밀(대표 정강환)은 HDD, FDD, 자기저항(MR)헤드 등 컴퓨터 부품은 물론 올해부터 통신용 수정디바이스, 팩시밀리용 감열기록소자(TPH) 등 산업용 부품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대덕전자(대표 김성기)는 작년 초 필리핀 카비테공단에 설립한 현지법인 대덕필리핀에 최근 국내 PCB업체로는 처음으로 컴퓨터, 통신기기 등 산업용 제품에 주로 채용되는 양면 PCB라인을 설치, 장차 이곳에서 로엔드 산업용 PCB를 주력 생산할 계획이다.

태국, 중국 등 해외 5곳의 현지공장을 확보, 그동안 주로 TV 등 가전용 부품 중심으로 해외생산을 적극 추진해온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오는 98년까지 필리핀 마닐라 인근 칼람바공단에 대규모 현지공장을 설립,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칩저항, 다층PCB(MLB) 등 이동통신기기를 비롯한 산업용기기에 주력 채용되는 고부가 칩부품 생산기지로 특화시킬 방침이다.

또 동양화학그룹 계열 전자부품업체인 동양산전(대표 김동인)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오는 9월부터 CPU냉각용, SMPS냉각용 등 컴퓨터 쿨링 팬모터를 주력 양산할 예정이며, PC저장매체 및 OA기기용 스테핑모터업체인 한국권선기술(대표 임종관)도 중국 동관에 현지공장을 신설해 최근 본격적인 양산에 착수했다.

이밖에도 중국에서 PC용 커넥터를 양산중인 우영이 조만간 제2공장을 완공할 예정인 것을 비롯, 콘덴서, 저항 등 일반 회로부품에서 스위치, PCB, 커넥터 등 기구부품에 이르기까지 가전용에 이어 산업용 전자부품도 본격적인 세계화시대가 개막, 국내 전자산업의 구조조정을 대변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가전이든 통신이든 일부 국내 전자업체를 보고 사업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전제하고 『산업용 부품업체들 역시 세계시장을 보고 사업을 전개해야 하는 만큼 가전은 물론 컴퓨터, 통신, 자동차 등 산업용 제품의 주력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및 동남아 진출은 이미 대세』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