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쓰시타는 오는 2001년까지 컬러TV 생산력을 지금보다 50% 늘린 연 1천5백만대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그래서 세계 TV시장에서 12%를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또 한편으로 중국은 지난해 가전제품 매출규모가 약 1백20억달러를 기록, 미국과 일본에 이은 세계 3대 시장으로 성장했다고 현지언론이 최근에 보도했다.
요즘 가전산업을 정체기 또는 정보가전으로의 변혁기 등으로 인식하는 추세와는 상반된 모습들이다. 더구나 이제까지 한번도 추월하지 못한 전자선진국 일본을 쫓아가는데 급급해오다가 요즘 후발개도국의 추격으로 사면초가론까지 대두된 우리나라 가전업체들 입장에선 긴장감을 더하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자3사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긴축경영이 경기불황에 대처하는 의미를 띠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몸을 가볍게 함으로써 한치앞을 점치기 힘든 21세기 경쟁에 대비한다는게 궁극적인 목표다. 올들어서 전자3사가 인력재배치, 감량경영을 추진하면서 한결같이 「작은 본사」를 강조하고 나서고 있는게 이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초 조직개편을 통해 전사의 임원급 조직을 20% 축소하고 본사 스태프조직을 무려 40% 감축을 결행했다. 윤종용 총괄대표가 새 사령탑으로 앉으면서 주창한 단순(Simple)하고 스피드(Speed)한 경영조직의 구현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다. 이어 국내외 전사업장을 단일 정보자원 관리시스템으로 통합, 연간 1조2천억원 이상 효율을 높이는 제2의 경영혁신을 내년말까지 추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처럼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경영슬림화에는 맥을 같이하고 있다. 각 사업부를 총괄하는 형태의 본사 조직의 역할이 대폭 축소된 대신에 경영의 책임과 권한이 사업부로 옮아가고 있다. 각 사업부 자체도 스태프 축소에서 인력조정에 이르기까지 군살빼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자원의 집중화 전략에 따라 추진중인 사업기능 및 인력 조정은 21세기에 대비해 조직의 기틀을 다시잡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대우전자는 관리인력 30% 축소 추진을 지난 3월말로 일단 완료했다. 대우전자는 이 축소인력들을 주로 국내와 해외의 영업인력으로 전환시키고 있으며 중복업무 제거와 사업합리화를 중점 추진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와는 달리 가전 중심으로 세계 경영을 전개함으로써 대우전자의 행보에 가전업계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1세기를 대비한 리딩3사의 경영혁신은 또 그동안 계속해 온 생산라인 합리화의 고삐를 더욱 당기는 것은 물론 외주, 구매 시스템, 물류 시스템 등의 개선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지작업을 단단하게 해놓지 않으면 뿌리가 약한 나무로 태풍을 맞이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때문이다.
군살빼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3사의 이러한 변신은 그러나 의욕이 너무 앞서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경영자의 의지가 회사 전체에 정확하게 반영돼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는 경우 리딩 3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밖에서 이를 지켜보는 전자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또 이러한 변신과정에서 전문인력을 잃거나 시행착오 등의 대가도 함께 치루고 있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