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 대리가 미국 유학중인 여자친구에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현지에서 유행하는 옷 한벌을 선물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김 대리가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먼저 대형 서점에 들러 패션 전문지를 구입한 후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패션을 확인한다. 그 후엔 국내 유명 백화점이나 의류 전문상가에 들러 다리품을 팔아가며 원하는 모양의 옷을 직접 구매한다. 이를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선 포장 전문매장에 들러 소포 포장을 하고, 다음엔 우체국으로 발길을 옮겨 소포를 발송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 대리가 우체국에 들르기 위해선 상사의 눈치를 살펴가며 짬을 내야 하고 요행히 시간을 내서 소포를 우편으로 부쳤다 하더라도 소포가 미국에 있는 여자친구의 손에 도착하기 위해선 일주일 이상의 시간을 참고 기다려야 한다.
참으로 복잡하고도 힘든 일이다.
그러나 김 대리가 인터넷을 이용할 줄 아는 「네티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샤워한 다음 저녁을 먹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기만 하면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의 사이버 쇼핑몰에 들어가 검색난에서 「여름철 유행옷」만 입력하고 3, 4초만 기다리면 현지 수십여개 의류업체에서 내놓은 수백점의 유행옷의 목록이 화면에 나타난다.
이 가운데 원하는 목록을 마우스로 선택하면 각 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화면을 열람할 수 있고 구매난에서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와 친구의 주소,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상품은 2, 3일 안에 배달된다.
과거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사이버 쇼핑몰에선 디즈니 만화영화 「알라딘」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지니」를 동원해 자세한 도움설명과 함께 쇼핑객들의 편의를 돕기도 한다.
인터넷을 조금만 이용할 줄 안다면 시간과 경비, 노력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겐세일 때마다 늘 겪게 되는 교통대란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같은 대형 참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가 인터넷 가상공간을 통해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유통마진과 물류비용, 광고비 등이 제외된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직 국내에선 전자상거래의 하나인 인터넷 사이버쇼핑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초보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최근 전자상거래에 관한 관심도가 증대되면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속속 참여하고 있어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이미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인터넷에 자사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고객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데이콤, 대우전자, 종로서적, 한메소프트, 세진컴퓨터랜드 등의 회사가 뒤이어 인터넷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었다.
자사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독립 홈페이지 이외에도 대홍기획 인터랙티브팀, 데이콤 다물, 원일미디어, 빅싸콤 인터넷 에이전시, 한솔CSN 등이 여러 회사 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양판점 형태의 인터넷 쇼핑몰을 개설, 운영중이다.
여기에 현대정보기술, 엘림네트, 메타랜드 등의 회사가 수십, 수백개 국내외 제조 또는 유통업체들이 입점해 직접 상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가상의 대형 백화점사업을 하반기 경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참여업체를 모집중이다.
특히 메타랜드의 경우 국제 전자상거래 시장의 표준모델을 제시한다는 모토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말 현대정보기술, 기아정보시스템, 삼보컴퓨터, 나래이동통신, 두루넷 등 정보산업계 10개사와 비씨카드, 신한은행, 한일은행 등 금융계 5개사 이외에 마이다스 동아일보, 대구백화점, 나라기획 등 총 25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이룬 회사로 9월부터 본격적인 상용서비스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엔 국내 사이버쇼핑몰 사업에 외국업체도 가세했다. 미국의 인터넷 홈쇼핑 전문업체인 아이몰사가 지난 4월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며 지난주엔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협력업체 모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 홈쇼핑 사이트를 개설한 국내 업체는 꽃배달 전문업체, 소형 서점, 출판사, 가전 대리점, 중고제품 매매시장, 성인용품 전문점 등을 포함해 2백여개 업체에 달한다. 아직 국내에서의 인터넷 홈쇼핑 시장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아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엔 대기업의 잇따른 참여와 중소업체의 약진으로 양상이 달라져 업계에선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신장한 2백억원대의 시장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찍이 사이버 쇼핑에 관심을 가져온 미국, 유럽 등의 인터넷 선진국에선 신용카드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이 이미 오래전부터 보편화 추세에 있고 이 시장에 새로 뛰어드는 업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시스템인 야후로 검색할 수 있는 홈쇼핑 업체만도 6월 현재 2천2백여개에 이르며 지난해 미국에서만 4만5천개 이상의 쇼핑몰이 새로 생겼다.
전세계 홈쇼핑 업체의 수가 6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미국 리서치 전문회사 IDC의 조사결과만 보더라도 인터넷 홈쇼핑 시장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예측할 수 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