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프로젝트를 달성하라」.
이 긴급명령은 지난 95년초 LG전자 창원공장 청소기OBU에 내려진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를 달성하기 위해 청소기OBU 설계실 김종관 실장은 리빙시스템연구소 진동소음팀에 청소기의 저소음 선행연구를 의뢰했다.
연구를 의뢰받은 진동소음팀은 소음에 관한 기초연구에서부터 선진국들의 저소음연구 사례 및 방향, 소비자 불만사항 조사 등 다각도의 자료 수집 및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소비자가 직접 느낄 수 있는 체감저소음이라는 컨셉트를 도출하고 소음의 「순음화」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작년 7월부터 신제품 출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 바로 「A-프로젝트팀」.
팀장은 설계실의 지헌평 선임연구원이 맡았고 유명식, 이윤석 연구원과 선행연구를 진행했던 진동소음팀의 이장호 연구원이 합류했다. 이장호 연구원의 임무는 진동소음팀의 연구결과를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는가 감시(?)하는 일. 여하튼 이 네 명으로 구성된 「별동대」는 원하든, 원치 않든 신제품이 나올 때 까지 한솥밥을 먹는 동거생활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흡입력과 저소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하는 것. 흡입력을 높이면 소음이 커지고 소음을 낮추면 흡입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졌다. 4백70W라는 흡입력을 유지하면서 저소음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매일매일 「소음개선활동」을 벌였다. 여간해서는 목표수치가 나오지 않던 어느날 야간실험을 진행하던 유명식연구원이 목표수치인 43㏈의 측정치가 나와 기쁨에 들떠 모두를 몰고 근처 맥주집에 몰려가 신나게 회식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다시 측정해보니 조건설정이 잘못돼 나온 계산착오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팀이 시행착오를 딛고 저소음 제품개발에 가까이 간 것은 지난 1월 진행한 「1인 1아이디어 내기」를 통해서였다. 매일 하루에 한가지씩 브레인스토밍 형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회의를 진행한 덕분에 신제품의 핵심인 「모터의 수직장착」 아이디어가 창출됐다. 수평장착보다 수직장착한 모터가 진동정도가 적어 소음을 줄인다는 것이었다.
2년 6개월의 연구결과 이 팀은 마찰소음을 줄일 수 있도록 덕트구조를 삽입해 유로를 늘리고, 틈새소음을 없애기 위해 모든 이음새를 자 모양의 요철로 만들어 그 사이에 실링제를 넣음으로써 저소음 청소기를 완성했다.
이 팀은 지난 5월 동글이 청소기 「쉿」을 끝으로 해체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출산을 한 것이다. 이윤석 연구원은 미뤄왔던 결혼식을 할 예정이고 이장호 선임연구원은 다른 연구를 위해 리빙시스템연구소로 돌아갔다. 지헌평 팀장과 유명식 연구원은 또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부가기능이 추가될 98년형 신제품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A-프로젝트팀」이 LG전자 창원공장의 밤을 밝힐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