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 7월 1일로 위성시험방송 개시 1주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위성방송 시대를 연 KBS 위성시험방송은 우리의 무궁화위성에 의한 최초의 위성방송, 세계 첫번째의 방송위성을 통한 디지털방송, 고품질 화면, CD수준의 음질 등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지난해 7월 1일 화려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1년간 시험방송을 한 지금 KBS의 위성방송은 이러한 각종 수식어가 무색해져 버렸다. 올해부터 본방송을 시작하기로 했던 당초의 목표와는 달리 시험방송을 계속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KBS에서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 위성방송을 포함한 새방송법의 제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모든 귀책사유는 입법을 지연시키고 있는 여당 및 야당 등 국회가 1차적 책임을 져야하며, 또 한편으로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관련 부처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위성방송을 포함한 새방송법의 입법지연으로 말미암아 국민이 입는 손해는 이루 말할 수조차 없다. 물론 무궁화위성을 소유하고 있는 한국통신의 일차적 피해는 차치하고서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쏘아올려진 무궁화 1,2호 위성의 방송 중계기가 허송세월로 수명을 다하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국가적 낭비」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얼마씩 공중에다 돈을 뿌리고 있다는 표현은 이제 진부할 따름이다.
이런 비난을 만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부처는 내달 25일부터 교육방송(EBS)에다 무궁화방송위성을 통한 2개 채널로 위성과외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한편으로는 위성방송, 더 좁혀 말하자면 무궁화호 위성에 의한 방송을 국내용으로 한정시킨 실책도 이에 못지 않게 크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 아래 근시안적으로 접근, 무궁화호 위성방송의 경제성을 스스로 옥죈 관련 부처의 잘못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위성방송 수신기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정부발표만 믿고 있다가 현재까지 엄청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이다. 제품 판매의 길이 막혀버린 탓이다.
이같은 정책적인 오류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동안 KBS가 시험방송을 통해 위성방송의 가능성을 제대로 타진했는지에 관해서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방송에 따른 기술적인 시험은 논외로 치더라도 디지털 환경 아래 새롭게 변모할 수밖에 없는 방송의 노하우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을 확대하고, 디지털 장비를 사는데 몇 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는 등 외형적인 위성방송 육성 대책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고, 또 잘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의 방법론에 관해 시험방송 1년동안 KBS 위성방송이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다.
한국의 방송을 대표하는 공영방송 채널로서 KBS가 위성시험방송에 기대만큼 열의를 보이지 않았고, 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지 않고, 편성 또한 기존의 지상파TV 프로그램을 재송신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서비스개시 1주년을 맞은 위성시험방송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정책적, 제도적, 물질적인 토대마련과 함께 KBS의 노력이 한층 더 요구되는 시점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