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음미디어 대표 姜尙秀
근래에 들어 곳곳에서 한숨을 짓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분야가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대량복제시대의 위대한 산업이라 불리는 영상산업분야에서 최첨단의 형태로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며 호황을 누려왔던 사업 중 하나가 「비디오산업」이다. 그곳까지도 불황의 여파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최근 몸살을 앓고 있는 비디오시장은 한마디로 이른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차적인 원인은 우선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현재 비디오업계가 맞고 있는 이같은 어려움은 지금까지 업계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기에 비디오산업을 구성하는 각 주체들이 적극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내 비디오산업을 구성하는 제작사, 비디오숍, 마니아의 세 주체가 각각의 입장에 대해 현재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진지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겠다.
80년대 초 국내에 비디오가 도입되어 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엄청나게 팽배해진 관련시장은 오늘날 정상적인 시장의 규모를 넘어서 과포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비디오숍이 대형화하고 점차 체인망을 구축해가면서 소형숍들은 몰락해가고 전체 대여점의 수가 급속하게 감소했다. 따라서 제작사들간 영업사원을 통한 유통경쟁이 더욱 첨예화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작사측은 이전에 행해 오던 영업사원들의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자체적인 평가와 함께 더욱 나은 대안으로 「영업사원들의 의식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작사들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마케팅 방향의 수정」이다. 그동안 비디오업계의 마케팅은 매달 수편씩 출시되는 비디오상품의 적정 판매수량을 유지하기 위해 주로 실질적으로 비디오를 구매하는 숍경영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나 이제는 더욱 폭넓은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더욱 참신하고 순발력있는 아이디어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른바 「대(對) 소비자마케팅」으로 일대 전환이 예고된다.
이와 함께 제작사와 소비자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숍경영주들의 의식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흥행작 위주의 대량구매를 통해 일시적인 이익창출을 꾀하고자 하는 경영주들의 구매방식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흥행작의 대량구매로 인한 비인기 제품의 미구입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여 절름발이 경영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소비자 의식구조에 동참하여 장기적인 차원의 경영방침을 세워야 한다. 특히 덤핑을 통한 렌탈 유도방식은 단시일에 대여량을 증폭시킬 수 있을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경영여건과 시장성에 맞추어 살펴볼 때 이익창출 및 재투자의 한계성에 부닥치게 되어 경영 자체가 결국에는 위기를 불러오게 될 뿐이다. 그러므로 보다 다양한 프로의 구비를 통한 대소비자 만족도의 극대화 및 균형적인 내용을 갖춘 합리적인 경영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몇가지 요구되는 것들이 있다. 비디오숍이 단순히 대여에만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니아들에게 상품을 직접 공급해주는 숍을 통해 수요공급간 원활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고객들의 개인별 취향을 파악하여 그동안의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비디오를 빌려가는 마니아들에게 상품을 직접 권해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적극적인 고객관리에 나설 때다.
그럼으로써 우리 비디오문화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디오숍은 이제 단순히 숍이 아니라 문화의 공간으로서, 마니아, 숍경영자, 제작사는 문화의 주체로서 새로운 역할 기준이 세워질 것이다.
아쉽게나마 우리 업계의 현실태에 대해 몇가지 제안을 해보았다. 현재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국내에 비디오산업이 올바르게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렇듯 세 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나갈 때 우리의 비디오문화산업, 나아가서는 영상산업 전반에 있어 더욱 밝은 전망을 예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