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PC와 TV의 영역이 서서히 파괴되면서 컴퓨터와 가전기술을 접목한 정보가전제품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정보가전제품은 세계시장을 주도할 차세대 첨단제품이라는 점에 주목해 관련업계에서는 제품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정부도 최근 PC TV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국책프로젝트로 설정, 민관공동으로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PC TV와 같은 정보가전제품이 특별소비세라는 암초에 부딪혀 상품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품화 과정에서 일반 TV에 적용되는 특별소비세가 그대로 적용돼 기존 PC모니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특소세 부과대상품목에 적용되는 특소세율은 15%.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세까지 덧붙여지면 약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이같은 세금이 부과될 경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이에따라 개발사들은 제품의 개발을 완료하고도 특소세 부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상품화를 주저하고 있어 국내 시장의 파행적인 발전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국내 업체들 스스로 세계 정보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더우기 업계에서는 『PC 본체에 TV 수신카드를 내장하면 특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반면 TV신호처리기능을 모니터에 기본 내장하면 특소세가 적용된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문제』라며 PC TV의 특소세 철폐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이같은 특소세 문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PC모니터에 TV수신기능을 내장한 24인치 대형PC모니터인 「매직와이드」를 개발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경쟁력 상실을 우려해 TV수신회로를 제거해 버렸다.
이같은 현상은 진흥C&C도 마찬가지. 진흥C&C는 TV수신보드를 내장해 TV 및 비디오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38인치 대형모니터를 개발해 올해부터 본격 실시되고 있는 초, 중, 고교의 멀티미디어 교실망 구축을 위한 교육시장에 대량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역시 특소세부과 대상품목으로 지정됨에 따라 모니터에 내장된 PC수신튜너를 떼내어 시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업체관계자들은 TV수신기능을 내장한 대형모니터는 PC기능을 기본으로 하면서 TV와 비디오 기능 등을 부가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므로 TV가 아니라 PC모니터로 구분해 특소세 부과대상 품목에서 제외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PC 본체와는 달리 모니터 자체에 TV기능을 내장하는 제품의 경우 TV수상기로 구분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특소세 과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소세로 차세대제품의 개발을 가로막고 있는 정부가 이제는 이같은 문제를 도외시 한 채 국책프로젝트로 PC TV의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것 자체에 대해 업계관계자들은 차가운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PC와 TV기능을 통합한 이른바 정보가전제품이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특소세가 업체들의 개발의욕을 저하시켜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재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