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2000년 문제" 어떻게 할것인가

전북산업대학교 교수 申宗澈

얼마 전 한 시중은행에서 전산착오로 신용카드 대금 수백억원이 이중으로 청구되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컴퓨터 「2000년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기술자의 한사람으로 몇 년 후에 일어날 엄청난 혼란의 일단을 미리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해지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2000년도 문제가 혼란과 재앙의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고 여러 사람들이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안목이 부족한 전산기술자가 만들어낸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사회 문화적으로 치러야 할 새로운 세기로 진입하기 위한 통과세이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21세기에는 지금의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발전해 나가리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활을 걸어야 할 정보시스템을 더 이상 전산책임자에게만 맡겨두는 경영자가 있다면 그는 아마 굉장히 용감(?)하거나 아니면 무지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의 경우 은행이나 신용카드회사의 프로그램만 수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 가맹점에 설치된 카드 조회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모든 시스템은 한순간에 엉망이 될 것이다. 이 경우 단말기업체는 물론 핵심 칩 생산업체에까지 제품의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조립공정에 사용되는 여러가지 부품들을 하청업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자동차 생산업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생산업체나 하청업체 어느 한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산시스템은 물론 생산 자체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간 데이터 교환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유발할 수 있는 광범위한 문제가 바로 이 2000년도 문제인 것이다.

2000년도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야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전체 대상의 30% 정도만이 적시에 대응 가능할 만큼 이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경영자 및 정책 결정권자들은 다음 사항을 따르라고 권유하고 싶다.

첫째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중요한 문제라면 당연히 경영자가 나서야 할 문제다.

둘째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도 문제를 접근하는 데는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 보완에서부터 재개발 계획의 수립, 예기치 못한 시스템 장애에 대비한 복구대책 수립 및 품질보증 활동까지 업무의 범위가 광범위하다. 나아가 발생 가능한 사업적 법률적 위험요소를 예측하고 인력계획 및 설비투자계획을 조정하며 장기적으로는 사업방향까지 재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전산 전문가뿐 아니라 기획 및 법률 담당자까지 포함하는 전담팀을 구성하여야 한다.

셋째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까지는 이제 불과 30여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나마 실제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시간은 겨우 1년 6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제한된 기간에 많은 인력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웃돈을 주고서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절박한 사태가 불을 보듯 뻔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이미 코앞에 닥친 2000년도 문제라는 함정과 지뢰밭을 무사히 건너지 못하면 새로운 21세기의 정보사회는 한낱 보라빛 환상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은 아직 뒤섞여 들어온 쓰레기까지 보석으로 바꾸어 주는 마법의 상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