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현동훈 산업기술대 교수

어지간한 단어 앞에 유행처럼 따라붙는 접두어 가운데 최근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사이버」와 「쇼킹」이다. 특히 전자업계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사이버」라는 단어는 곧 닥쳐올 아니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키 워드가 되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 사이버 시티, 사이버 대학, 사이버 바캉스 등등.

이런 키 워드가 가장 보수적인 제도권으로 평가 받는 「교육 사회」에 드디어 정식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얼마전 교육부가 사이버 대학을 인정하고 설립 및 운용에 관한 기준을 발표한 것이다.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사이버 대학 혹은 사이버 교육이라는 개념의 이론화와 함께 이를 현실에 적용, 「실제 상황」으로 변모시키고 있는 대표적 소장 학자군에 속한다. 세계 초유의 「원격기술교육협회」를 이끌어 낸 산파역이었고 국제 심포지엄을 주도하는가 하면 「원격 기술교육」을 통한 사이버 대학을 산기대에서 실현하려는 사람이다.

현 교수는 『사이버 대학 등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통해 진행되는 「사이버 교육」이 지난 수백년간 지속된 교육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만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사이버 대학은 그동안 제도권 교육의 숙원이었던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교수는 『초 중 고 대학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단선형 교육체계로는 21세기 정보사회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다』며 『특히 끊임없는 재교육과 최신 정보를 접목해야 하는 기술 교육의 경우 기존 체계에 평생교육 열린교육을 덧붙이는 복선형 체계로 전환, 구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사이버 교육중에서도 원격 기술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방통대 등 현재 운용되고 있는 평생교육 열린교육기관들과 몇몇 통신사업자가 실시하고 있는 사이버 대학은 대부분 인문 사회계열 위주이다.

이같은 약점(?) 탓에 기업체들이 나서 자체적인 사내교육기관을 운용하고 있지만 학위 수여, 일과후 지정된 시간에 출석해야 하는 등의 난제를 안고 있어 효과적인 진행은 어렵다. 더욱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조기 퇴직자를 비롯, 직무 전환 등에 따른 기술 재교육자들에게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교육 서비스가 절실한 실정이다.

현 교수는 『사이버 기술교육에 초점을 맞춘 것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기술인력이라는 점과 사이버 교육을 통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기술 교육은 취업이라는 학습 동기 유발이 분명한 만큼 수강자들도 적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문사회계열 중심으로 이루어진 사이버 대학은 아직까지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흥미거리로 인식되고 있어 지속적인 교육 및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또 현재 일부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이버 교육은 초보단계이다.

현 교수에 따르면 사이버 교육은 크게 3단계로 나뉘는데 일반 교과목중 일부 과목만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강의와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과목 전체를 사이버로 대체하는 것이 1, 2단계라면 3단계는 교육 과정 전체를 사이버화하는 것이다. 물론 산기대를 위시해 원격기술교육협회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3단계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현 교수는 원격기술교육이 단순히 대학의 기능만을 대행해 주는 것에서 탈피, 산업체의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계를 강조한다. 그는 이 때문에 『원격기술교육협회 발족을 추진하면서 기업체의 참여를 유도했고 성공리에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기업체의 경우 대학이나 실업계 고교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이론교육에 치중, 신입사원을 채용한 후 일선 투입에 앞서 자체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엄청난 인력과 예산이 덤으로 들어간다.

현 교수는 『사이버 기술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요자이면서 동시에 공급자인 기업체의 호응이 절대적이다. 교수진도 기업의 실무 담당자가 맡을 수 있다. 각개 기업이 지금까지 구축한 기술교육에 관련된 노하우를 사이버 공간에서 서로 공유하고 활용한다면 학습효과의 상승작용은 물론 예산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사이버 기술교육이 중소기업 지원에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모든 기술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만약 부산에 있는 중소기업이 ISO를 획득하기 위해 작업을 추진한다면 담당자는 서울로 올라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에 따른 시간과 경비는 감수한다해도 해당 인력이 라인을 비운채 장시간 서울에 체류한다면 중소기업에게는 「돈」 이상의 큰 짐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 교육은 그같은 한계성을 간단히 해결한다. 컴퓨터 네트워크에는 서울과 지방이 따로 없고 시간의 제약도 없다.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 사이버 공간에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이버 교육의 제도권 편입에 대해 『교육부의 발표는 기존 입장에서 진일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교육 체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큰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사이버 교육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열쇠는 학위 수여 여부인데 이번 교육부 안에는 그에 대한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이택기자>

*현동훈 교수 약력

.1957년 출생

.1982년 단국대 공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8년 단국대 기계공학과 박사. 기아자동차 중앙기술연구소 연구원

.1991년 상공부 기술선진화 기술지도위원

.1992년 공진청 기술지도위원

.1994년 한국산업기술대학 사무국 학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