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창조] 신성SYSTEM

『신제품 개발이 필요하십니까. 기술과 아이디어가 필요하세요. 그렇다면 프로들에게 맡기십시오.』

신성SYSTEM(대표 정훈)은 매우 독특한 성격의 벤처기업이다. 그들이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를 찬찬히 뜯어봐도 이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얼른 알아차리기 힘들다. 어떤 상품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컨설팅업체로도 보이지 않는다.

신성은 설계개발 용역전문업체다. 기업이나 개인이 신제품에 대한 콘셉트는 잡았으면서도 이를 상품화하기 위한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일부를 외부에 용역을 주고자 할 때 찾는 일종의 기술개발 「해결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성SYSTEM은 제품설계 개발과 아이디어의 상품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산단계의 생산기술까지 총괄 지원해준다. 뛰어난 연구인력들이 오로지 노하우만을 적용해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을 아예 턴키로 해결해주는 것이다. 벤처 특유의 고부가가치 영역을 사업으로 실천한다.

사업 성격이 이렇다 보니 신성의 자산은 「사람」이 전부다. 현재 직원수는 9명. 모두 연구인력이다. 제품설계와 개발을 프로인 자신들에게 맡겨만 달라고 나서는 것도 고급 두뇌집단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신성의 직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모두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의 연구소나 발명가로 「잘나가던」 사람들이다. 정훈 사장은 삼성중공업 특수연구실에서 출발, 신도리코연구소, 일본 리코연구소 등을 거쳤다. 여타 직원들도 삼성, 현대 등에서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대규모 조직의 일원으로는 다소 부담스러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마음껏 현장에 적용해보고 싶어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신성」이라는 벤처기업에 「승부수」를 던진 사람들이다.

이들이 용역을 받아 설계개발한 제품의 리스트를 훑어보면 깜짝 놀랄 수준이다. 복사기, 팩시밀리, 지폐입출금ATM기는 물론 전화기, 카내비게이션시스템, 전자레인지, 피부상태 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 다양하다.

이 제품들은 모두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국내 최고기업들이 자신들의 브랜드를 부착, 생산 판매하고 있는 것들이다. 우리가 가정이나 기업에서 늘 사용하는 OA기기나 통신기 중 적어도 한두개는 신성이 설계 개발한 것들이다.

이 회사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특허사업부다. 박해천, 원석희, 오병석 변리사를 비롯 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신성특허가 유기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특허 출원을 희망하는 아이디어 보유자가 찾아올 경우 신성SYSTEM은 설계개발을 대행해주고 신성특허는 특허관련 업무를 처리한다. 신제품 개발 의뢰를 받았을 때는 개발과 함께 여기서 파생되는 기술을 신성특허를 통해 출원한다.

신성의 야심작은 위조판별기.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위조지폐를 비롯 수표, 주식 등 각종 유가증권과 상품권 등을 간단히 식별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제품은 그동안 복사기, 팩시밀리 등 광 관련제품에 유난히 강점을 보여온 신성 연구진이 국내서 자행되는 대부분의 위폐가 디지털 복사기 혹은 스캐너를 이용한 것이라는 데서 착안한 것이다.

이들은 복사기의 원리를 역이용, 센서와 자외선을 통해 위조지폐나 유가증권이 기계에 통과하면 영상이 흩어져 간단히 위조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물론 제조원가도 20만원 선으로 맞춰 저가 대량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제품에 대해서는 외국에서도 관심이 많아 최근 캐나다 정부의 연구자금을 지원받아 현지서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에 있고 미국 등지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신성은 그동안 「얼굴 없는 개발자」였으나 위조판별기의 경우 자사 브랜드를 부착하고 영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힐 만큼 애착과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연락처 558-44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