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와 로직회로를 한개 칩에 집적하는 시스템LSI(대규모 집적 회로).
멀티미디어 사회의 본격 도래와 더불어 정보기기의 소형화, 고기능화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세계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이 시스템LSI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시황 변동이 심한 D램 의존구조에서 탈피를 계획하고 있는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이 시스템LSI사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일본 반도체업체들은 이 시스템LSI사업에 사운을 걸고 시장 선점을 위한 체제정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반도체업체인 NEC는 현재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2백명의 시스템 기술자 및 회로설계 기술자를 배치, 지역별 특성에 맞는 시스템 온 칩(SOC)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오는 2000년까지 미국 3백50명, 유럽 1백20명, 아시아 30명 등 총 5백명으로 기술 인력을 늘려 각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나갈 방침이다.
NEC가 주력하고 있는 제품은 「VR/V800시리즈」를 코어로 하는 SOC로, 오는 2000년 5천억엔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NEC 전체 반도체 매출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도시바는 지난 4월 마이컴과 컴퓨터 기술을 융합하는 컴퓨터 온 실리콘(COS) 개발 센터를 정보통신시스템연구소내 마이크로프로세서, ASIC사업부에 신설, 시스템LSI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미국과 유럽에 이어 지난해 말에는 대만에도 시스템LS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링센터를 개설, 현지 PC업체들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히타치 아메리카가 관리해온 미국시장 반도체 영업부문을 오는 10월 1일자로 반도체 제조거점인 히타치 세미컨덕터 아메리카로 이관, 생산, 판매 총괄체제를 갖춘다. 이 회사는 이미 해외 반도체개발거점을 용도별로 분리해 핸드 헬드 PC(HPC)용 SH마이컴과 네트워크용 시스템LSI는 미국에서, 이동통신 및 IC카드용은 유럽에서, PC 및 가전기기용은 아시아에서 각각 개발하고 있다.
후지쯔는 지난해 9월 미국 새너제이 자회사에 월드와이드 시스템LSI 테크놀로지팀을 설치해 시스템LSI 개발에 필요한 CAD 관련 기술을 정비하고 있는데, 올해 안에 이 팀의 인원을 50명규모로 늘릴 방침이다. 미국, 영국, 홍콩 등에서 프로세서와 통신용 ATM LSI, 마이컴 등을 개발해 온 후지쯔는 지난 4월에는 추가로 미국 달라스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휴대전화용 LSI디자인센터를 개설했다.
미쓰비시전기는 D램내장 시스템LSI인 e(임베디드)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e램은 대용량 D램 내장 마이컴 「M32R/D」와 D램과 로직을 융합한 「3D램」 등으로, 미쓰비시는 내년도 이 분야 매출이 1천억엔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쓰비시는 현재 시스템LSI 사업 분야에서 미 모토롤러와 제휴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는 또 지난해 4월 미국에 반도체설계회사 「비시스」를 설립, e램과 디지털TV용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는 현재 30여명의 기술자가 3차원 그래픽과 자바, 네트워크 관련 칩, 첨단TV용 시스템LSI 및 칩세트 등을 개발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와 마쓰시타전자공업은 지난 4월 마쓰시타전기 내에 시스템LSI 연구개발과 설계인력을 하나로 통합한 반도체개발본부를 신설했다. 이와 동시에 반도체 전문 영업부문도 인터스트리 영업본부에서 분리, 독립시켜 시스템LSI를 중심으로 하는 영업체제로 정비했다. 마쓰시타는 또 해외개발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반도체개발거점인 파나소닉반도체의 기술진을 대폭 늘리는 한편 싱가포르와 영국 거점의 인원도 증강했다.
롬社는 지난 3월 인도에 사무소를 개설, 인도를 시스템LSI연구개발, 제조, 판매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7월 중순에는 대만 신주공업단지에 자회사인 「롬 리서치 타이완」을 설립, 시스템LSI의 신기술 개발 및 영업에 나선다. 미국에서는 현재 설립돼 있는 멀티미디어 조사, 연구회사를 시스템LSI 연구개발거점으로 활용, 멀티미디어용 시스템LSI사업을 강화한다.
산요전기는 미국, 대만, 홍콩에 반도체 디자인센터를 개설, 마이컴 및 바이포러IC 등을 현지 유저들과 공동 개발한다.
소니는 지난해 말 시스템LSI부문을 설치, CCD(차지 커플드 디바이스), 로직LSI, 믹스드시그널IC,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다양한 용도의 시스템LSI 및 칩세트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영국에도 반도체 설계거점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최근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85년 미 인텔이 D램 사업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MPU)사업에 전념했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결단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비중은 작지만 그 결단의 구체적인 모습이 바로 시스템LSI인 셈이다.
올해 이후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는 디지털 가전의 등장을 배경으로 세계 시스템LSI 시장을 선점하려는 일본 반도체업체들의 발걸음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