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무너지는 통신영역 (1);프롤로그

통신사업 자유화에 따른 경쟁 도입과 신규 통신서비스의 대거 등장이라는 시대적 변화가 1백여년 동안 통신업계를 지배해온 「공존의 논리」를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통신사업의 전통적인 경계선이 무너지는, 이른바 영역파괴 현상이 통신업계에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통신분야의 경쟁은 동종서비스끼리 이루어 졌다. 국제전화서비스나 시외전화 서비스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후발사업자의 등장으로 비로소 경쟁이 시작됐고 이동전화나 무선호출 서비스 역시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왔다. 그러나 경쟁이 시작되고 이로 인한 가격 파괴와 신기술 개발이 급진전되면서 통신산업이나 통신사업을 구분짓던 경계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때 시외전화와 이동전화 서비스 간의 일부 장거리 구간 요금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1백1km 이상의 장거리 구간은 일반 가입전화를 이용한 시외전화 요금이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비싼 상황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 또한 올해 3월 20일부터 시작된 시티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1백1km 이상의 장거리구간 요금이 3분 기준으로 일반 시외전화보다 40원이 저렴한 2백52원의 요금이 적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통신사업의 대분류인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서비스 간의 경계선은 이미 무너진 셈이다.

시내, 외전화 등 유선계 통신서비스와 이동전화, 시티폰 등 무선계 통신서비스는 이제는 더 이상 동거의 관계가 아니라 견제와 경쟁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이동전화보다 저렴한 이동전화를 표방하는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가 등장할 경우 「무선통신=고급, 고가서비스」라는 기존의 상식은 낡은 고정관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기존의 유선전화 서비스보다 훨씬 저렴한 이동전화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이다.

내달 선보이게 될 무선데이터통신서비스 역시 그들만의 고유영역으로 남아 있지는 못할 전망이다. 이미 고속무선호출 기술이 도입되면서 무선데이터 수요의 상당 부분을 무선호출서비스가 잠식하고 있고 기업형 무선통신서비스인 주파수공용통신(TRS)서비스가 무선데이터분야에 선투자를 실시, 무선데이터 사업자를 당혹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무선통신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한 유선통신서비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미 전화기시장의 주력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9백MHz 가정용 무선전화기는 일반 전화의 통화거리를 수백미터까지 무선화, 유, 무선 복합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서비스인 시티폰의 가정용 기지국 보급이 활성화할 경우, 같은 전화기로 집에서는 일반 가입전화로, 밖에서는 이동전화로 이용할 수 있는 본격적인 유, 무선 복합형 서비스시대가 개박될 전망이다.

특히 무선통신기술과 유선통신 기술의 접목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전화국과 가입자까지를 기존의 전화선이 아닌 전파로 연결하는 무선가입자망(WLL)과 무선 케이블TV망을 이용하는 지역다지점 분배서비스(LMDS), 다채널다지점 분배서비스(MMDS) 기술의 등장은 기존 가입 유선전화의 행동반경을 획기적으로 넓히면서 유선의 한계를 조금씩 허물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통신사업의 경쟁 확대와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은 동일한 서비스간의 경쟁률을 높이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통신서비스사업과 통신산업 전반에 걸친 완전한 체제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최승철 기자>